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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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가볍고 작은 책이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묵직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는 인터넷 검색을 새롭게 하는 방법을 다룬 책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목차에 나오는 한국에 연민을 느낀다는 보고 어떤 점에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쪽수를 넘기면서 이 생각들은 조용히 날아갔다. 환경과 여행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철학적 이야기들이 가볍게 나의 뇌를 두드렸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당연한 수순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약한 연결. 우리는 흔히 강한 연결과 유대를 우선시 한다. 강한 연결은 우리를 한자리에 묶어 놓고 우연성에 대한 대처를 늦게 만들 뿐이다. 구글 검색의 예를 들면 같은 지역에서 같은 언어로 검색을 해봐야 늘 같은 결과만 나올 뿐이다. 하지만 장소를 바꾼다면, 다른 언어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늘 같은 곳에서 하는 것과 많이 다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검색창만 바꿔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언어를 바꾸면 또 다른 내용이 나온다. 장소 변경은 같은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예를 든다. 체르노빌의 경험담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을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후쿠시마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실제 넓은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사능이나 쓰나미의 피해가 전혀 없는 곳이 있는데 후쿠시마란 지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른 용어를 만들자고 하는데 이 부분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곳을 가는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오해가 없게 할 수 있는지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첫 장의 인도 경험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 상의 걱정과는 달리 5성급 호텔 이름으로 쉽게 비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정보다. 늘 이런 상황이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감으로 인해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단순히 장소만이 아니라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풀어낼 때 그가 왜 여행을 그렇게 부르짖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자주 나가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도시라고 해도 여행으로 다녀오면 아주 많은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이 시간 속에서 내재화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구글 로드뷰로 어지간한 곳의 외부 풍경을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직접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간접 경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실제 현장에 가서 실물을 만지고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우슈비츠를 관광한 그의 경험은 이 학살의 현장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큰 반론이 된다. 이것은 다시 한국의 위안부 문제와 연결된다. 저자는 위안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말과 물질에 대한 것으로 넘어간다. 연민을 느낀 한국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이지만 이 책의 구성이 원래 그렇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말은 말일 뿐이다. 언어의 제약 속에서 우리는 산다. 다른 언어가 가능하면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는 것도 사실이다. 체르노빌이 좋은 예다. 언제부터인가 맛집에 대한 검색이 신뢰도를 잃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맛집 정보가 가려진 탓이다. 파워블로거란 이름으로 정보를 풀어놓지만 홍보성 글들이 대부분이다. 여행지에 대한 검색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문 카페나 사이트에 가야만 좀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검색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해진 일정만 보낼 것이 아니라 우연에 맡기라고 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검색어를 찾은 여행은 삶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과 그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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