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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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3연타석 홈런이다. 큰 기대 없이 읽은 <오베라는 남자>에서 시작하여 이번 작품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물론 이 세 작품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노인이고, 개성이 너무 강하고 특이한 성격이란 점이다.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에서 화자로 소녀가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조연으로 소녀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베가가 그렇다. 이것이 하나의 틀로 굳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읽으면서 낯익은 이름과 행동이 눈에 들어왔는데 역자의 글을 읽으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에 브릿마리와 켄트 부부가 나왔다고 한다. 그 당시 상당히 밥맛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중에는 이 감정이 살짝 변했지만. 물론 이런 사실을 몰라도 이 책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편견 없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경우도 정확한 정보를 몰라 브릿마리의 행동에 더 집중하고, 그녀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궁금해졌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그 속내까지 완전히 맞춘 것은 아니다.

 

평생을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 브릿마리다. 그녀의 삶에서 남편 켄트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 청소와 정리에 강박증이 있는데 이것이 그녀를 사회와 멀어지게 한다.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가 나오는데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강박증과 깐깐한 성격이라 아주 강한 내면을 지닌 것 같지만 상당히 여리다. 눈물을 자주 흘린다. 하지만 수건에 대고 흐느껴 운다. 왜냐고?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자국이 남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가 세상을 향해 밖으로 나온다. 이유는 불쌍하다. 언론에서 홀로 살다 죽은 사람이 냄새 때문에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은 후 이런 일이 벌어지기 원치 않기에 일을 찾는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다른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녀의 눈에는 취업센터 직원의 행동이 하나씩 거슬린다. 플라스틱 컵도, 컵받침이 없는 것도. 일상에 지친 직원의 눈에는 브릿마리가 진상이다. 읽으면서 나도 그랬다. 다음 날 약속을 잡는다. 그냥 한 말이지만 브릿마리에게는 다르다. 메모하고 다음날 찾아온다. 끈질기게 직원을 괴롭힌다.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져 산 그녀이기에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렇게 행동한 끝에 하나의 일자리를 얻는다. 보르그 지역의 레크리에이션 센터 관리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지만 온 날부터 말썽이다. 차는 폭발하고, 그녀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축구공을 맞고 기절한다. 인연이 시작되었다.

 

보르그는 경제 위기 후 몰락한 마을이다. 주민들은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당연히 사려는 사람도 없다. 기절한 그녀를 데리고 온 아이가 베가고, 베가가 일하는 가게 주인은 미지의 인물이라 불리는 여자다. 이 가게는 참 많은 역할을 한다. 경제 위기 여파로 우체국과 자동차 정비소와 피자가게와 작은 점포까지 모두 같이 한다. 쉽게 공간의 크기가 가늠되지 않지만 결코 넓은 공간을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브릿마리는 보르그에 대한 기초 정보를 조금씩 얻는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특히 리버풀을.

 

깐깐한 할머니 브릿마리와 천방지축 같은 아이들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각각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내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브릿마리에게 주입한다. 브릿마리에게 관심을 두는 스벤이라는 경찰이 등장한다. 그와 잘 되려는 순간 남편 켄트가 나타난다.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그리고 이 마을의 전설 같은 축구 코치 뱅크의 딸이 조용히 이야기 사이에 들어온다. 정체된 듯한 마을이지만 사람들의 마음까지 완전히 정체된 마을은 아니다. 이곳에서 브릿마리는 자신의 만능 세제인 과탄산소다를 뿌리며 청소한다. 이 청소가 사람들 사이에 낀 때를 지우는 것 같다. 동시에 읽는 속도를 더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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