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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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밥 딜런이다. 처음에 그가 이 상을 수상했다고 했을 때 의아했다. 왜 가수가 문학상을 받지 하고. 많은 호사가들은 그의 이름보다 다른 작가들을 먼저 말했다. 늘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이 받는 것을 봤기에 그들이 되지 않아도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밥 딜런이라니... 솔직히 말해 한국에 살고, 포크 송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는 정말 의외였다. 비록 밥 딜런의 가사가 지닌 놀라운 의미와 힘을 들었다고 해도 영어에,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음악이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의 수상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쟁이 생긴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다른 자서전처럼 쉽게,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자주 책을 펼치고 읽으면서 깨진다. 원제로 연대기를 붙였지만 실제 이야기의 진행은 시간 순과 그렇게 큰 연관성이 없다. 그가 태어나고 어떻게 자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흔한 방식의 자서전이 아니다. 성공에 대한 화려한 포장도, 깊은 좌절에 대한 기록도 그 대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다루고 있는 것은 포크에 대한 열정과 그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음악가와 문학 등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대중문화에 익숙하다고 해도 낯선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 읽기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아마도 더딘 속도로 읽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밥 딜런하면 언제나 가사가 먼저 떠오른다. 사실 그의 앨범 몇 개를 들었지만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가사의 경우는 제대로 번역한 것을 읽은 적이 없으니 알지 못한다. 이런 일들은 외국 음악을 들을 때면 늘 만나게 되는 문제다. 멜로디에 집중하게 되면서 가사는 놓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느낀다. 그가 어떤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작사를 하는지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한 곡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연주자들과 같이 노력하는 모습은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서 보는 것 이상이다. 아니면 이런 부분들이 생략된 것일 수도 있다.

 

밥 딜런에 대해 잘 아는 독자에게는 이 자서전에서 생략된 부분들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르는 독자라면 어떨까? 그의 아내가 나오지만 누군지도 모르고, 갑자기 3명의 자식들이 나와 뭐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이렇게 보면 참 불친절한 자서전이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읽으면서 계속 검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책은 한 예술가의 수많은 고민과 노력과 열정을 잘 전해준다. ‘대중음악에서 가사의 수준을 올렸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사를 갈고 닦고 다듬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중에 한 곡의 노래가 변한다. 그 과정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연주와 연주와 연주의 연속이다.

 

눈에 먼저 들어온 딜런의 말이 있다. “대부분의 다른 연주자들은 노래보다는 스스로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에게는 노래를 이해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차이가 그를 다른 일반 연주자들과 다르게 만들었다. 이것이 가사의 수준을 높였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음악가들의 이름들 속에서 아는 이름이 나오면 괜히 반가웠지만 대부분은 모른다. 그가 열심히 들었던 음악은 나도 듣고 싶다. 그처럼 음악을 분석하고 구조를 해석하는 일은 하지 않겠지만. 위대한 음악가로 불리는 밥 딜런의 삶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곡을 만드는지는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랫말을 다시 조용히 음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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