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니시 카나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낯선 이름이지만 그녀가 쓴 소설 제목을 들으면 금방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까이는 2015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라바>가 있고, 조금 더 가면 <노란 코끼리>가 먼저 떠오른다. 이런 작품을 쓴 작가의 에세이였기 때문에 선택한 것도 있지만 “풋풋한 시절의 니시 가나코는 말리고 싶을 정도로 솔직하며, '웃기고 싶다'는 패기와 거침없는 자신감으로 문장과 문장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닌다.”라는 소개가 결정적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역시 앞에서 말한 소설들을 읽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뭐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그녀의 소설도 이런 종류의 웃음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되지만.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실제 연재한 것을 책으로 묶어 낸 것인데 시간 순으로 편집된 것 같지는 않다. 읽다 보면 작가의 나이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 한자로 수필이라고 하는 이 장르를 작가는 정말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쓴 것 같다. 잡다한 신변잡기도 나오고, 맥주와 프로레슬링 사랑도 나오고, 자신의 어수룩한 삶의 에피소드도 적지 않게 다룬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쓴 문장도 자유분방하다. 문체도 자유롭다. 반복되는 단어를 이용해 나에게 웃음을 준 것도 적지 않다. 너무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주절거림이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때는 나의 머리가 맑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자신의 일상을 재밌게 쓴 글이다 보니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특히 친구 Y나 프로레슬러 이노키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술과 여행과 고양이는 아주 중요한 조연들이다. 술꾼의 기본자세를 제대로 보여주는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는 행동에 대한 멋진 핑계는 한때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던 이야기다. 여행에 대해 쓴 글은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두세 편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아주 평범한 여행자의 모습만 가득하다. 작가 특유의 과장법과 재미난 표현이 없다면 뭐야! 하고 놀랄 정도랄까.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도전하는 모습 또한 여행자의 일상이다.

 

일상을 가볍게 다루는데 표현은 과장되어 있다. 백화점 화장실 에피소드를 보면 극한에 몰린 인간의 심리 상태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프로레슬링을 보러 가려고 표 2장을 2만 엔에 구입했는데 다른 사람은 공짜표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을 때 그녀의 반응은 무한긍정으로 변하면서 프로레슬링에 강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 긍정은 말투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보면 또 사라지게 된다. 뽀뽀와 H한다는 표현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지적한 부분은 일본의 성에 대한 2중 잣대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대박’이란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설명할 때 그 많던 ‘대박’, ‘완전대박’이란 단어가 얼마나 진심이 담긴 표현인지 알 수 있다.

 

작가의 귀는 팔랑귀인 모양이다. 가전에 대한 친구의 소개를 너무 넙죽넙죽 받아들이며 전자제품을 살 때 이것이 잘 드러난다. 방문 판매하는 사람이 와서 물건을 팔면 잘 사줄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전과 가구 중 상당수는 돈이 없을 때 구하거나 산 싸구려다. 그렇다고 그 물건들에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귀가 얇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은 데 그중에서 서른 살 성인식 이론은 특히 그렇다. 아마도 나의 아동틱한 행동들 때문에 더 공감한 것인지 모르겠다. 만약 이 책에서 인생의 심오함을 찾는다면 글쎄 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이렇게 비틀고 과장하고, 때로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보고 싶다고 추천하고 싶다. 제목에 대한 답변으로 마지막을 대신한다. ‘앞으로도 계속 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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