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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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고 잔혹한 소설이다.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이 그렇게 낯설지 않지만 작가는 아주 사실적인 묘사로 잔혹함과 긴장감을 높였다. 단순히 잔인한 묘사만 가득했다면 싸구려 호러물이 되었을 테지만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공감대를 형성했다. 좋은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의 내면을 충실하게 그려내면서 조금씩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탐욕적인 집주인이 등장하여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사람들의 현재를 압박한다. 그리고 사건은 언제나 그렇듯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터진다.

 

셰릴에게 사전청취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셰릴은 가출소녀다. 그녀의 짧은 답변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3년 전 리사가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던 사건으로 넘어간다. 불법자금을 세탁하던 곳에서 우연히 본 폭력이 오랫동안 그녀를 달아나게 만든다. 물론 그곳에 훔친 돈이 그들의 추적을 더 끈질기게 만든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토니 일당을 피해다니던 그녀가 런던으로 돌아온 것은 엄마 때문이다. 치매에 다른 병까지 걸린 엄마를 홀로 내벼려 둘 수 없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왔다. 당연히 머물 곳은 그 어떤 신고도 필요없는 은밀한 곳이다. 이렇게 그녀는 이 무시무시한 아파트의 입주자가 되었다.

 

리사, 가명으로 콜레트가 들어온 방의 주인은 니키였다. 하지만 그녀는 연쇄살인마에 의해 죽었고, 그의 연인 중 한 명이 되는 중이다. 방 주인이 며칠 방을 비우고, 월세도 내지 않자 집주인은 다른 세입자를 찾았다. 비싸지 않지만 깨끗한 집도 아니다. 이 방을 자주 들락거리는 소녀가 있었다. 셰릴이다. 그녀는 니키가 준 열쇠가 있어 쉽게 들어온다. 누군가가 자신을 뒤쫓는다는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콜레트에게 그녀의 등장은 엄청 놀라운 일이다. 그들의 첫 만남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후 오랫동안 지하에서 싸고 안정적인 월세로 생활하는 베스타와 이란 망명자인 호세인까지 한 명씩 천천히 등장한다. 이들 이외에 공무원인 토머스와 늘 음악을 털어놓는 음악 선생이 한 명 더해 모두 여섯 명이 살고 있다.

 

이 여섯 명은 서로 교류를 잘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교류가 많은 사람은 베스타와 호세인 정도다. 텔레비전이 없는 셰릴이 니키의 방에 자주 온 정도고 다른 사람들은 겨우 인사하는 정도다. 처음에는 이 세 명의 남자 중 누가 그 끔찍한 연쇄살인마일까 하고 추측했었다. 이 추측은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으면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다 하나의 사건이 펑 터진 후 그 이름을 바로 공개한다. 이때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랫동안 여자들을 죽인 후 미이라처럼 만들어 온 이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들려준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는 대단히 과학적이다. 건조하게 사실을 설명할 때 그 잔인함을 강해진다.

 

사실 이 소설은 누가 연쇄살인마인지 찾는 추리물이 아니다. 언제 이 살인마에게 같은 아파트 사람들이 죽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채워놓은 소설도 아니다. 다만 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와 삶의 지리멸렬함을 보여주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셰릴과 리사 두 명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적인 주인공이다. 보호소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도둑질로 월세와 생활비를 만드는 셰릴이나 검은 돈을 훔친 후 늘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긴장을 느끼는 리사가 흐름을 주도한다. 그리고 이 둘의 좋지 못한 만남은 자신의 방에 도둑이 든 후 이웃들을 불러 모은 베스타에 의해 계속 이어진다. 이때부터 호세인을 포함한 이 네 명은 작은 유대감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베스타의 긴 월세 계약이다. 가끔 유럽 소설을 읽을 때면 장기계약자들을 만난다. 부러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장기계약이 그녀에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삶의 반경을 제한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게 만든다. 이곳을 자주 찾고, 그녀를 돕는 호세인은 아직 망명자 신청이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잘생긴 외모는 늘 불안감을 느끼는 콜레트에게 잠시나마 훈풍이 불게 만든다. 일상에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역시 콜레트다. 누군가 자신을 좇고 있다는 느낌과 그들 중 한 명을 본 것 같은 느낌은 연쇄살인마와는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불안과 권태와 외로움이 겹쳐지는 이곳에 하나의 사건이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무시무시한 현실을 뛰어넘는 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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