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패로우 3 - 배반의 궁전 버티고 시리즈
제이슨 매튜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치열한 첩보전이 다시 시작했다. 이 시리즈가 이렇게 빨리 나올 것이라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반가웠다. 이전 작품이 도미니카의 스파이 성장기에 가깝다면 이번은 실전이다. 속고 속이고, 함정에 만들고 그 함정 위를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가는 스파이들의 모습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준다. 전편이 도미니카가 CIA 편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차분히 보여주었다면 이번은 더 강렬한 모습으로 그것을 정당화시킨다. 그리고 스파이 초보에서 권력의 핵심으로 더 다가간다. 비록 그 과정은 불안과 공포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전편에서 헤어진 도미니카와 네이트는 서로의 생존을 모른 채 지낸다. 도미니카는 새로운 임무를 받고 다시 러시아를 떠난다. 이번에는 이란의 핵 과학자다. 그를 포섭해서 이란의 핵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내는 것이 주된 임무다. 스패로우인 우드란카를 이용해 섹스의 늪으로 빠트리고 동영상 등으로 그를 협박한다. 그가 가진 정보가 핵기술의 원천이거나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몰래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이란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술이다. 만약 핵무기가 만들어지면 중동에 새로운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미국에게는 아주 중요한 정보다. 물론 러시아에게도 마찬가지다.

 

도미니카의 승진이 반갑지 않은 인물이 있다. 상사인 주가노프다. 고문기술자 출신인 그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바란다. 이런 그에게 내부의 두더지를 발견하고, 푸틴의 관심을 끄는 도미니카가 반가울 리가 없다. 전편에서도 그녀를 죽이기 위해 킬러를 보냈는데 이번에도 폭력배를 보낸다. 도미니카는 겨우 살아난다. 이것이 그녀로 하여금 CIA 정보원으로 다시 활약하게 만든다. 그녀의 생존과 새로운 정보를 기다리고 있던 네이트와 그의 상사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스파이 활동이 시작하고, 서로 떨어져 있던 두 연인은 다시 만난다.

 

이들의 첫 공동 작업은 이란의 핵무기 기술에 대한 것이다. 푸틴은 이 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고 한다. 정보는 곧 돈이다. 권력이다. 푸틴은 핵 기술자 관리는 도미니카에게 맡기고, 이란의 핵 원료 처리를 위한 장비 등의 거래는 주가노프에게 맡긴다. 도미니카가 더 많은 정보를 가져오면 올수록 주가노프의 입지는 약해진다. 비열하고 잔인한 그는 이란 정보원에게 배신자에 대한 정보를 흘린다. 도미니카의 승진을 막고, 이란 암살자들에게 죽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연인을 만나 행복감에 젖어 있던 이 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참극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둘을 잡기 위한 몰이가 시작한다. 쉽게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적도 이 부분에서 프로들이다. 힘든 탈출이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서는 CIA 내부에서도 배신자가 생긴다. 승진 누락에 불만을 품은 앙주빈이다. 고위직인 그는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돈이다. 도미니카와 러시아 장군의 이유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자본주의적이다. 앙주빈의 등장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내부 스파이는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내부 첩자를 찾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 정보국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자신들의 배신자는 찾고, 자신의 정보원은 보호해야 한다. 앙주빈이 가진 정보는 미국 스파이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러시아도 최고의 스파이를 보내 그에게서 정보를 빼내려고 한다. 내부 첩자를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아주 잘 보여준다.

 

기존 인물들이 나와 반가웠다면 새로운 인물들이 이야기에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변함없는 관료와 적합하지 않은 인사로 인한 문제가 이어진다. 최고의 스파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인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도 이런 관료들이다. 능력보다 정치를 통해 승진한 사람들. 이것이 CIA의 문제라면 러시아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승진시키면서 문제가 된다. 이런 인물이 푸틴이 바라는 것을 이룬다고 해도 더 높은 지위는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내부적 경쟁과 투쟁은 권력자들이 바라는 바이기는 하다.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문제지.

 

처음에는 약간 속도가 더뎠다. 이전 기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등장인물들에 적응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방 빠져들기 시작했다. 액션이 주가 되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 잘 짜인 구성과 상황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미니카가 스패로우에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빼낸다. 몸과 이성은 따로 논다. 그녀 곁에는 먼저 죽은 영혼들이 머물고 있다. 주가노프가 고문을 행하는 몇몇 장면은 아주 잔혹하다. 이전 작품과 달리 푸틴이 많이 등장한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독재와 권력형 비리의 정점을 보여준다. 정면이 아닌 어둠 속에서 정보를 가지고 상대방을 속이려는 두 집단의 대결은 냉전 이후 힘을 잃었던 스파이 소설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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