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7
이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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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환상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남자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이 엇갈림은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사랑했던 남편의 몰락에도 그녀의 대응은 아주 수동적이다. 한 번도 한국으로 나가서 현재의 남편을 만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중국에 남아 남편의 연락을 기다리기만 한다. 어쩌면 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바로 그녀가 품고 있는 기대와 옛사랑의 추억에 대한 파괴였다. 제3자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뻔한 현실인데.

 

주인공 수는 남편을 따라 중국에 왔다. 그녀는 남편에게 완전히 빠져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남편의 중국 직장 생활이 무난한 줄 알았는데 짝퉁의 밀수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많은 벌금은 부과되었고, 남편을 구제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해서 돈을 모은다. 충분하지 않다. 이런 현실은 그녀의 생활을 더욱 곤궁하게 만든다. 남편은 한국으로 들어가 가끔 연락하면서 6년 동안 그녀를 기다리게 한다. 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만남이 일어나고, 사건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중간부터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수는 생계를 위해 퀼트 공방을 열었다. 다행히 동네 한국 아줌마들의 참석과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상인들 덕분에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공방은 한국 아줌마들의 수다방이다. 이런 곳에 한 중국 여성이 나타난다. 쯔메이다. 그녀는 수에게 공방에서 머물 수 있는지 묻는다. 허락한다. 이때부터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쯔메이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돌아본다. 삶은 언제나처럼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를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도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감정이 어느 곳으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쯔메이. 순진한 중국 여성이다. 그녀가 버스 사고로 죽은 300명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레 세월호가 떠올랐다. 의도적인 장치가 분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서 이 이야기를 확장하지 않는다. 다시 사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쯔메이가 칼에 찔리는 사건을 당한다. 누가 했는지 모른다. 몸이 불편한 그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수는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쯔메이는 한 남자에게 빠진다. 그가 바로 라신이다. 라신의 행동을 보면서 몇 가지 예상을 했는데 역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추리 소설의 설정에 너무 상황을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목처럼 거짓말과 사적인 고백이 가득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자신을 속이는 일이 벌어지고, 그 고백은 그 거짓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모든 것이 사랑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아니 사랑이라고 믿는 감정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쯔메이가 라신에게 빠졌을 때 보여준 행동을 냉철하게 비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것을 유추할 수 있다. 몇몇 장면을 제대로 읽지 않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도 눈에 들어온다. 제목을 몇 번 다시 읽다 보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접속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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