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는 웹툰을 잘 보지 않는다. 시간도 부족하고, 매주 기다려서 볼 여유도 거의 없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많이 놓쳤다. 가끔 이 웹툰들이 책으로 나오면 읽고는 하지만 예전같은 열정은 많이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작품들은 나에게 와 닿는다. 그 중 한 편이 <신과 함께>다. 집에 쌓여 있는 수많은 만화와 소설 등을 감안하면 읽을 순번이 뒤에 있는 책인데 회사 동료가 책을 샀다고 한다. 빌려달라고 하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 책을 받았을 때 당혹감이란... 이미 다른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시간 내어 읽자는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3일만에 끝을 보았다.

 

일단 재밌다. 불교의 지옥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와중에 현실에서는 저승차사들이 달아난 원귀를 쫓는다는 설정이다. 저승과 이승을 교차하는 구성인데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현실 문제와 엮이면서 감성을 자극한다. 저승의 변호사 진기한과 저승차사 강림도령 등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데 이 둘의 일 처리 방식은 다르다. 진기한은 준비가 철저하고 이성적이라면 강림도령은 감성적이다. 진기한이 변호하는 인물인 소시민 김자홍은 우리사회에서 자주 보게 되는 약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로 하여금 각 단계의 지옥을 벗어나 환생의 문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각 단계와 과정이 재밌게 표현되었다. 아주 오래전 석가탄신일에 방송하고는 했던 영화가 떠오를 정도다.

 

강림도령과 원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비극적인 한국의 현실을 비튼다. 왜 원귀가 되었는지 설명할 때 분노한다. 군의 수많은 의문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장교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과거와 현실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성과 감정이 충돌했다. 그 장교를 아주 처참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감정과 월권행위에 대한 주저 때문이다. 그리고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모습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아주 감상적인 연출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은 원귀의 반응이다.

 

49재와 지옥을 연결해서 풀어낸 이야기는 한 편의 게임처럼 다루었다. 진기한 변호사가 주도한 각 단계별 지옥 넘어가기는 말도 되지 않는 장면들로 이어진다. 어느 순간은 헛웃음이 나온다. 뭐지? 하고. 그런데 단계를 지날수록 이 남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발설지옥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과 염라대왕의 반응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그리고 염라대왕이 강림도령과 진기한 변호사를 묶어서 표현한 말은 이 둘이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둘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데 이 시리즈 중에 있을지 모르겠다.

 

기본적인 틀은 불교의 윤회와 업이다. 지옥은 윤회와 업을 이야기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착하게 살지 않으면 이런 지옥에 갇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옥은 독사지옥이다. 왜 그곳이 지옥인지 알려주는 대왕의 말과 한 컷의 장면이 모든 것을 말한다. 저승의 모습을 현대의 도구들로 표현한 것은 재미난 설정들이다. 패러디와 풍자는 이 만화의 느낌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크게 복잡한 설정도 아니고, 그렇게 낯선 설정도 아닌데 멋진 캐릭터와 잘 짜인 연출로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을 빌려준 직원에게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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