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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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수리공마저도 금지된 집에 사는 여자들 이야기다. 집주인인 여왕이 있고, 네 명의 여자 세입자들이 있다. 이 집의 월세는 아주 저렴하다. 조건은 단 한 가지. 절대 집 안으로 남자를 데리고 오지 않는 것이다. 이 집에 있는 수컷은 딱 하나, 바로 고양이 장-피에르 뿐이다. 이 집에 사는 모든 여자가 사연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역시 중심에 있는 여자는 줄리엣이다. 그녀의 삶을 엿보면 참 지루하다. 사랑을 꿈꾸지만 그 대상을 만나지 못하고, 데이트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이상형을 꿈꾼다. 현실에서 적극적 노력이 부족하다. 이런 그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펼쳐진다.

 

천 명의 남자와 연애를 했다는 발레리나 출신의 집주인이자 여왕은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많이 늙었다. 세월의 힘 앞에는 미모도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그녀가 자신의 입주자에게 내건 조건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남자 금지다. 그리고 실제 이 집에 사는 여자들은 줄리엣을 제외하면 다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다. 다 큰 아들이 있거나 멀리 있는 딸을 만나길 바라는 여자도 있다. 옛 연인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여자도 있다. 남자를 포기했다는 표현보다 남자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여자들이다. 작가는 이들 개개인의 사연과 외로움을 아주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집에 사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바람, 갑작스럽게 사라진 연인, 어릴 때 받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 등. 나이 든 여자들은 어느 정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술은 마시고 ‘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어!’라고 외친 주세피나처럼 아직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단지 남자라는 동물에 질려 있거나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할 뿐이다.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그녀들의 숨겨져 있던 욕망들이 하나씩 밖으로 표출되는데 억눌려 있던 남자에 대한 열정과 갈증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 그런 점에서 줄리엣의 솔직한 표현이 오히려 약해보일 정도다.

 

작가는 아주 짧은 문장으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쓰기인데 왠지 이 소설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원래 문장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상의 문제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소재 등도 그렇게 신선한 편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 본 듯한 것들이고, 마무리도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분량이 많지 않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 깊숙이 다루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놓친 것일 수도 있지만. 홀로 서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여자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 속 여자들은 사랑을 갈구한다. 포기와 그녀들의 삶이 어느 정도 맞기도 하고,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도 보여준다. 어쩌면 일부 현실적인 여자들의 바람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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