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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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충격적인 데뷔작 <고백> 이후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데뷔작을 먼저 읽은 독자들에게 최소한 그 정도의 소설이 나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작가가 더 많이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이 나오면 늘 <고백>과 비교하는 문구가 나온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분은 지겹다. 그 정도의 작품을 또 써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최소한 지금 정도의 작품만 내어주어도 다른 유명 일본 작가의 작품 수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소설을 끌고 나가는 인물은 후카세다. 커피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인물이다. 대인관계는 좋은 편이 아니다. 학창시절 짧은 왕따도 경험했고, 비교적 공부를 잘해 살던 동네를 떠나 도쿄의 좋은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학교에 비해 취직한 곳은 작은 회사다. 학벌만 놓고 보면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격이 문제다. 명확한 목표 의식도 없다. 좋은 회사의 1차는 통과하지만 그 다음 단계를 넘어가지 못한다. 친한 친구 한 명조차 없었다. 이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히로사와 요시키다.

 

첫 문장은 자극적이다.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 단순히 이 문장만 놓고 보면 후카세가 대단히 계산적이고 이중적으로 다가온다. 과거를 숨긴 살인자가 연상된다. 하지만 실제 사연을 듣게 되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가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죽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1장은 후카세의 현재를 이야기하면서 이 편지가 몰고 올 거대한 폭풍의 서막을 알린다. 그 편지는 여자 친구 미호코에게 전달되었다. 그녀는 그가 처음 사귄 여자 친구다. 다른 장에서 이런 편지가 후카세에게만 온 것이 아니라는 정보가 전해진다.

 

2장은 3년 전 과거로 돌아가 왜 그가 살인자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지 사실을 말한다. 네 명의 친구가 놀러가서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사고는 친구들의 양보와 배려가 있었다면 없었을 것이다. 잘 먹지 못하는 술은 먹고 난 후 늦게 도착한 친구를 데리러 가면서 생긴 사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자세하게 그려낸다. 후카세가 여자 친구 미호코에게 실제 사건 그대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현실에서는 당시 그곳에 있던 네 명의 동창생들이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숨기고 있었다. 바로 음주다. 술 다음에 나올 다른 이야기와 자신들의 안위를 염려해서 합심해서 사실을 숨겼다. 그런데 이들에게 살인자라는 메시지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온 것이다.

 

그들이 살인자인가 하는 도덕적 문제는 놓아두자. 이제 이야기는 이 사실을 누가 알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 메시지가 당사자들에게 아주 큰 충격을 주었다. 무라이가 후카세에게 연락을 할 정도다. 이전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다니하라는 누군가에게 밀려 지하철 선로에 떨어졌다. 아사미는 전단이 학교차를 뒤덮었다. 그냥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 없는 일이다. 이 친구들이 모여 누가 했을까 고민하지만 답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가장 유력한 히로사와의 부모님도 그럴 분이 아니다. 이때 후카세가 나서 조사하겠다고 말한다. 책 후반부는 후카세가 히로사와의 과거를 뒤쫓고 파헤치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후카세가 생각조차 못한 친구의 모습을 발견한다.

 

자극적인 부분은 없지만 무난하게 읽힌다. 개성이 약한 남자 주인공을 내세워 한 템포 느린 속도로 사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중요한 도구로 커피를 사용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갈증을 불러온 것은 커피다. 작가가 표현한 맛의 일부를 맛본 적 있고, 그렇게 맛있는 커피라면 나도 마시고 싶기 때문이다. 개성 없는 인물에게 강한 인상을 부여하는 역할도 커피가 한다. 단 한 번도 여자를 사겨보지 못한 후카세에게 여자 친구를 만들어준 것도 커피다.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라 여행을 갈 때면 커피를 꼭 챙겨간다. 사건이 있던 날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심심한 전개다. 4장 후반부에 들어오면서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알게 되었다. 다른 범인이 나오길 바랐는데 그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반전은 아니다. 마지막 문장에 가장 압축적이고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숨을 골랐다. 아주 멋진 여운과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가독성 있지만 조금 밋밋했던 이야기를 단숨에 뒤집어버렸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일순간 <고백>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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