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
윤동주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 시집은 49인의 시인이 쓴 70편의 시가 실려 있다. 대부분의 시인이 낯설지 않지만 낯선 시인도 몇 명 보인다. 시집 한 권을 제대로 읽지 않은 낯익은 시인의 시도 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약간의 노력만 들였던 시기가 있다 보니 시인들의 이름은 꽤 많이 안다. 그리고 한때 좋아했고 감탄했던 시인의 이름도 보인다. 왜 그의 시가 이 책에 실렸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들지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런 기획 시집을 읽는다. 주마간산처럼 지나갈 때가 대부분이지만 울컥 가슴에 와 닿는 경우도 적지 않다.

 

70편의 시 중에서 이미 읽었던 시도 적지 않다. 시집 속 한 편으로 만난 시도 있고, 다른 매체를 통해 읽은 시도 있다. 사놓고 묵혀둔 채 펼치지도 못한 시집 속 시도 몇 편 보인다. 다시 읽은 시의 경우 새롭게 그 의미가 다가오면 괜히 반갑고 즐겁다. 시를 읽었지만 희미한 기억 속에 있거나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시의 경우는 아쉽고 더 자주 시집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차이가 단순히 시의 선호도 문제는 아니다. 한 편은 얼마 전에 읽은 시고, 다른 한 편은 십수 년은 지났기 때문이다.

 

다섯 부분으로 나눠 시를 담았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등이다. 이 구분도 시적인 부분이 있다. 처음 몇 편의 시를 읽었을 때는 이 시집이 한쪽에 실리는 시만 실렸다는 섣부른 판단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시를 읽어가면서 더 긴 시를 마주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라는 제목을 사랑으로 이해하고 절절한 현실을 노래한 시를 만났을 때 ‘왜 이 시가 실렸지?’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삶에는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과 기다림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데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목차를 한 번 훑고 짧은 시 한 편을 읽는다. 교과서에서 만난 낯익은 이름보다 낯선 시인의 시에 더 눈길이 간다. 이정록의 <머리맡에 대하여>는 바뀐 형식 때문에 잠시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마지막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진한 여운을 준다. 김소월의 <꿈길>은 입속으로 시를 읊조리며 그 이미지를 떠올려본다. 예전에는 이런 시가 어렵고 재미없었는데 지금은 재밌다. 강은교의 <물길의 소리>는 시인의 시선으로 물소리를 풀어내었다. 흔히 말하는 물소리가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할 때 함께함을 잊고 있던 내가 떠올랐다. 기형도의 <엄마 걱정>은 시장 간 엄마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고 무서워하던 소년의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삶은 시인의 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문정희의 <남편>은 흔히 하는 말로 시작하여 가장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남자들의 경우라면 <아내>로 바꿔도 되지 않을까? 고정희의 <지울 수 없는 얼굴>은 사랑에 빠진 감정을 아주 잘 표현했다. 공감한다. 이렇게 저렇게 뒤적이다 보면 그 당시 스쳐지나갔던 혹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시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순서대로 읽을 때 몰랐던 재미가 항상 이때 나타난다. 그래서 시선집 등에 빠지는 모양이다. 물론 한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 시집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즐거움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초보에게 그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왠지 책읽기 싫고 집중력이 깨졌을 때 이 시집을 펼치고 몇 편 가볍게 읽으면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