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도시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8
퍼트리샤 콘웰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스카페타 시리즈 18권이다. 이 시리즈를 처음 읽은 것이 벌써 십 년이 넘었다. 늘 그렇듯이 한동안 열심히 읽다가 중단했다. 대부분의 시리즈가 나오다 잠깐 멈추면 연속성을 잃는다. 이 시리즈도 1권부터 읽지 않았다. 예전에 2권으로 나누어진 것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낯설고 특이했다. 아마 CSI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조금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긴 시리즈의 경우 중간부터 보면 앞에 나온 이야기의 흐름을 몰라 약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시리즈도 그랬다. 하지만 법의학에 무지했던 그때는 스카페타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지금도 가끔 그 무지의 순간들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시리즈는 첫 권인 <법의관>이다. 시리즈 중간을 읽다가 첫 편을 보았는데 완전히 몰입했다. 그 후 이어지는 악당의 이야기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순서를 정해서 읽어야 했다. 지금도 분권된 그 시절의 책들이 책장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읽어주길 바라며. 그리고 이 시리즈를 다시 읽은 것이 참 오랜만이다. 앞에 나온 것을 읽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순서에 상관없이 읽다 보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 반가운 등장인물들과 낯선 이야기들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는 이전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오랜만에 시리즈를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며칠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이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키지 못했다. 미군의 CT를 이용한 가상 부검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녀의 연구실에서 일어난 이상한 죽음이 그녀의 귀환을 하루 앞당긴 것이다. 심장 부정맥 이상으로 죽었다고 판별한 시체가 갑자기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혹시 연구실에 왔을 때 죽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있다. 그런데 이 시체가 가진 기계 등이 특이하다. 최첨단 나노공학이 적용된 기술이다. 극소형 기계로 녹화된 영상이 있다. 하나의 의혹이 그녀를 흔든다.

 

그녀가 연구실로 돌아온 것은 6개월 만이다. 그 동안 연구실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이 있다. 잭 필딩이다. 부소장인 그는 제대로 연구실을 운영하지 못했다. 시체가 피를 흘린 것을 발견한 것도 그다. 그런데 그가 전화도 받지 않고 사라졌다. 그가 이전에 부검한 사건들의 의혹이 스카페타 앞에 하나씩 드러난다. 그 중 한 사건은 야스퍼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니 도나휴가 아이를 죽였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머리에 못을 박고 죽은 채 발견되었고, 조니는 자신이 한 것으로 자백했다. 벤턴이 심리 검사를 한 결과는 조니가 범인이 아니다. 그럼 누가? 뻔한 전개로 가면 가족 중 한 명이 범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온 그녀는 시체를 다시 조사하고 부검한다. 쉴 틈도 없다. 그녀 주변으로 마리오, 루시. 벤턴 등이 계속 오간다. 그녀에게 전달된 편지와 사람들의 잭에 대한 증언들이 그녀를 피곤하게 만든다. 사건의 나열, 증거 자료의 조사, 법의학 자료 등이 이어진다.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기계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해도 이미지가 없다 보니 낯설다. 몇 개는 다른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본 것이다. 결국 나의 이미지는 CSI에서 빌려올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 이전에 본 CSI를 떠올리며 그녀의 활약을 본다. 증거가 누군가를 가리킨다. 여기에 과거 속에 봉인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그녀가 장학금을 위해 선택했던 군 시절 남아공 파견이다.

 

이야기는 며칠 동안 스카페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정보가 그녀에게 집중된다. 그녀가 발생시키는 정보도 있지만 아직은 그녀에게 오는 것이 많다. 4분의 3정도가 액션도 없이 이런 정보의 집중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정보가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면서 올올히 풀린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용의자가 보인다. 왠지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이 아니라 연료가 불완전하게 연소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약간 답답함이 있는데 나의 몰입에 문제가 있나 하고 자책한다. 그리고 의문사 남자가 끌고 다닌 개 삭이 신경 쓰인다. 연구실을 둘러싼 역학관계부터 과거의 기억까지 뒤섞인다. 혼란 속에서 그녀의 논리는 힘을 발휘하고, 진실에 한 발 다가간다. 다시 역주행 한 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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