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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평점 :
<총, 균, 쇠>라는 저서 하나로 우리나라를 뒤흔든 저자의 신작이다. 이 저서를 사놓고 묵혀둔 것이 몇 년 되었다. 두께와 내용 때문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워낙 평이 좋아 이번에 나온 이 책에 큰 관심을 두었다. 두께도 그렇게 두툼하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세계적인 석학이란 말이 너무 무색한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로마 루이스대학교의 교수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곱 번의 강연을 기초로 꾸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그의 자료 조사와 비전공 분야의 공부가 나의 지식과 너무 다른 것 때문일 것이다.
다른 나라도 이 강연을 기초로 책으로 엮은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서문도 한국 독자를 위한 것이 있다. 역자의 글이 없었다면 이 책이 강연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모를 뻔 했다. 글 중간 중간에 한국을 말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외국 아이돌 그룹이 나라별로 제목을 바꾼 것이 떠올랐다. 너무 비약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한 부분은 역시 5장과 6장이다. 그의 경험과 전공이 결합되어 있고, 얼마 전에 읽은 책과도 조금 연관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내용도 그렇게 깊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빈부를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을 나누어 설명한 1장과 2장은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참고할 내용이 많았다. 지리적 요인 중 토양에 대한 부분은 새로웠다. 이전에 다른 책에서 쉽게 본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연자원의 저주를 풀어내면서 지리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빠트리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상식이 된 제국주의 혹은 자본주의의 탐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요인에서 궁극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의 글은 표면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타리카의 예가 한국과 비교하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국을 다룬 3장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과연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인지 의문이다. 중국 고대사에 대한 인식이 너무 얕아 중화사상의 역사관을 그대로 받아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티베트를 옛날부터 중국의 한 지역으로 표현한 것이나 ‘남중국인이 열대권 동남아시아인의 조상이기 때문’이란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민족을 하나의 중국으로 만들기 위해 역사를 왜곡한 결과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재미난 것은 중국 일당독재 때문에 미국 같은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정화의 대항해를 너무 확대한 듯한 글도 가정이 너무 심하다.
4장에서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를 다룬 것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42년 코코넛 그로브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으로 492명이 죽었다. 이 사건으로 그 유가족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말하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치료가 병행되었는지 간략하게 말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진실이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진상 조사에서 가족들은 제외되어 있고, 비겁하고 비열한 언론 조작들이 난무한다. 저자가 과연 한국의 세월호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연결시켰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아주 단편적이고 표면적이다. 테러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초보적이다. 빈부격차를 그 이유로 내세웠는데 종교를 이유로 든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서 세계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 3가지를 말한다. 기후 변화, 부의 불평등, 환경자원의 관리 등이다. 당연히 간단하게 말하고 지나가는 방식이라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석학의 말이 하나의 안내판 역할을 할 것이다. 유럽연합의 어선에 대한 막대한 지원금이 수자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 부분은 놀라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부분들이 곳곳에 나와 나의 생각과 너무 다른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저자에 대한 평가는 그의 역작인 <총, 균, 쇠>를 읽을 때까지 조금 유보해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