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사랑하라
오음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오음. 낯선 이름이다. 여행산문집이라고 표지에 써 있다. 아주 감상적이다. 여행산문집에서 흔히 기대하게 되는 여행지의 정보는 전혀 없다. 어디인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글도 없다. 당연히 어떻게 가는 지, 그 곳의 풍경이 어떤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의 여행과 그곳에서 만난 누군가와 자신의 헤어진 연인과 삶이 적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단숨에, 쉽게 읽을 수 없다. 사진이 없었다면 몇 배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떠난 시간이, 여행한 나라가, 머문 시간이 많고, 만난 사람이 늘수록 이런 일은 당연하다. 그의 글은 불친절하다. 그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누군지 분명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장소마다 헷갈리는 순간이 참 많다. 내가 너무 대충 읽은 탓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제된 문장은 수없이 고쳐 쓴 듯하다가도 무슨 말인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 나의 이해력 부족일까? 아니면 그의 감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까?

 

파편적으로 나오는 지명과 사진을 보면 그가 여행한 나라가 결코 적지 않다. 이 정보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의 에피소드만 늘어놓아도 몇 권의 여행산문집이 나올 것 같은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10년 동안의 여행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마도 지금 그의 가슴속엔 사랑이 더 크게 꿈틀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제목도 ‘멈.추.고. 사랑하라’가 아닌가. 아마도 내가 20대에 읽었다면 그의 감성에 푹 젖을지 모른다. 그때 나도 그처럼 사랑의 아픔 속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나 겪는 아픔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특별하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는지. 하지만 이것은 지나왔기에 가능하다. 경험했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말한다.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면 아련한 감정의 편린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책 곳곳에서 보게 되는 사진은 예쁘고 아름답고 입가에 미소를 절로 짓게 한다. 물론 어떤 사진은 아픔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이 사진들이 사랑의 감성에 빠졌던 나를 여행의 환상으로 이끈다. 떠나고 싶다는 여행의 욕망을 부채질한다. 그리고 장기 여행자만이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올 때 부러움을 느낀다. 나의 작은 소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소망을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먹으면서 이른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글은 차분하게 읽어야 한다. 가볍게 쓴 글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문장을 보여주기 식으로 모양을 만들어 쓴 글이 있기 때문이다. 시를 쓴 부분도 적잖이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에피소드들이다. 계산오류로 인한 누군가의 실직과 이야기를 얻었다고 좋아하는 작가의 모습이 엘러베이트 거울에서 드러날 때 그가 느낀 감정은 나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속내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뜨끔했다. 내 인생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몇 번인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조금은 밝은 글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책을 썼으면 좋겠다. 그의 여행 경력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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