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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읽었다. 한때 아사다 지로의 소설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의 감성적인 이야기는 한 번 빠지면 정신없이 읽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잘 읽힌다. 그런데 책을 받고 나서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안녕 내 소중한 사람> 1,2권의 합본이란 것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마도 그때 약간 아사다 지로에 질렸던 시기였을 것이다. 책은 사지만 손이 잘 나가지 않는 그런 상태라고 할까. 이런 나에게 이 책을 선택하게 도움을 준 것은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소설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드라마는 보지도 않으면서 작가에 대한 옛 추억이 발동한 것이다.
구성은 평이하다. 죽은 쓰바키야마 과장이 사후 세계에서 이승의 미련 때문에 돌아와 자신이 걱정한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자신만 나오지 않고 함께 야쿠자 다케다와 초등학생 렌짱이 같이 등장한다. 앞부분만 보면 쓰바키야마 과장의 이야기만 나올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비중이 비슷해진다. 각자가 가진 이승의 미련을 풀기 위해 나흘의 시간을 받는다. 현세에 돌아온 후 벌이는 행동이 각자의 목적을 위한 것인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하나의 인연으로 묶인 것을 발견한다. 그 속에는 작가의 특기인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성과 코믹함이 곳곳에 심어져 있다.
쓰바키야마 과장은 여자의 모습으로 현세에 내려온다. 그것도 아주 예쁜 여자다. 처음에는 놀라지만 아름다운 여성이란 사실에 그가 보여준 행동은 야동의 한 장면 같다. 그가 가진 이승의 미련은 남겨진 처자식과 남은 주택 대출과 백화점의 매출 목표 달성이다. 뼈속까지 백화점맨이다. 여기에 그의 동기이자 섹스파트너였다고 생각한 도모코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정직한 그이기에 도모코가 보여준 행동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서 최고의 연인을 그는 놓쳤다. 이 이야기는 한 편의 진한 순애보다. 어떻게 보면 미련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지만. 또 다른 현실은 그가 결혼한 아내 이야기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미모도 뛰어난 그녀가 그와 결혼하게 된 이유와 그 후에 있었던 일들도 한 편의 신파다. 하지만 현실적이다.
야쿠자 다케다는 아주 충실한 노점상이다. 야쿠자라는 느낌이 없는 인물이다. 그가 죽었던 당시 킬러가 한 말은 그를 이승에 강한 미련을 가지게 한다. 뭐냐고? 사람을 잘못 죽였다는 말이다. 아주 충실한 삶을 살았던 그는 누가 살인 대상인지 알고 싶고, 그 밑의 고봉들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세에 돌아온 그의 모습은 멋진 변호사 같다. 그가 자신의 형님들을 만나 그 상황을 복기한다. 이때 그 형님들이 그를 추억하고 내뱉는 말들은 아주 충격적이다. 한 편의 코미디다. 예전에 어떤 멍청한 킬러가 나오는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의 고봉들을 만나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확인한다.
렌짱은 예쁜 여자 아이로 나타난다. 이 아이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진짜 부모를 찾는 것이다.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아이는 양부모의 집을 찾아간 후 자신의 영정에 인사를 하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실패한다. 그러다 한 소년을 만난다. 바로 쓰바키야마 과장의 아들 요스케다. 요스케의 옆에는 치매환자로 연기한 할아버지가 있다. 전직 복리후생 공무원이었던 할아버지는 여기서 또 멋진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역시 쓰바키야마 과장이 여자의 모습을 하고 이른 아침 전철역에서 이 사실을 말할 때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다. 이렇게 인연은 하나씩 이어진다.
이 작품 속에는 아사다 지로가 기존에 쓴 소설의 많은 부분이 담겨 있다. 희생적인 아버지, 자신의 일을 사명처럼 여기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 출생의 비밀, 야쿠자의 본모습과 숨겨진 모습, 순애보 이야기 등. 그리고 사후 세계도 상당히 특이하게 그려내었다. 현세의 발전에 발을 맞추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영혼의 권리에 대한 부분이다. 천당과 지옥의 중간 지역인 중유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는 낯익은 부분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시스템과 현실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따뜻한 감성은 당연하다. 갑자기 드라마는 어떻게 이 이야기를 각색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비가 주인공이란 부분에서 많은 부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작의 감성은 잘 살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