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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던트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9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읽은 <죽은 자의 심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사놓고 묵혀 놓고 있던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어디에 둔 것인지? 그러다 새로운 책이 나왔다. 반가웠다. 낯선 제목이라 다른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해신의 바람 아래서>의 개정판이다. 절판된 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주 반가운 일이다. 두툼한 분량과 요즘 나의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한 번 분위기를 타자 단숨에 그 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새로운 절판본의 개정판 소식까지 알게 되었다.
2004년 작품이다. <죽은 자의 심판>보다 한참 전에 출간되었다. 그래서인지 반가운 인물들이 많다. 형사 아담스베르그 시리즈 중 한 권인데 수상 경력이 화려한 작품이다. 뭐 화려한 수상이 책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재밌다. 그리고 아주 흥미롭다. 왜냐고? 이번 작품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작가의 다른 소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어떻게 이런 작가를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읽은 두 작품 사이에 생긴 몇 가지 변화가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처럼 한 권씩 꾸준히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출간 순서와 읽은 순서가 달라 비슷한 시작을 비교하기가 그렇다. 영감과 직관의 힘은 이번에도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에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이야기와 다르다. 아주 긴 세월을 배경으로 하고, 아담스베르그 개인과 가족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형사가 평생 풀고 싶어 하는 미해결 사건이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의 바다를 뚫고 올라온 것이다. 그가 모은 자료가 연쇄살인범을 가리키지만 동시에 용의자가 죽었기에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의 이론이 다른 형사 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래 전 아담스베르그가 살던 동네에 한 유명한 판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퓔장스다. 아담스베르그가 이 사건에 집착하게 된 것은 그의 동생이 용의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증거를 없애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면서 살인자에서 벗어났지만 소문은 잠재우지 못했다. 이때부터 그는 퓔장스 판사를 캐기 시작한다. 증거를 모은다. 판사를 뒤좇는다.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판사를 기소할 정도는 아니다. 영리한 판사의 작업은 항상 용의자를 사건 현장 주변에 놓아둔다. 대부분 술에 취한 이들은 몇 시간의 기억을 상실한다. 곁에는 살인에 사용된 도구가 놓여 있다. 경찰이 보기에 이보다 더 명확한 증거와 현행범이 없다. 이렇게 늘 사건은 종결된 채 지나간다. 단지 아담스베르그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앞부분이 죽은 판사의 살인 행각을 풀어놓는다면 중반 이후는 아담스베르그가 사건의 중심에 선다. 그리고 르탕쿠르와 당글라르가 있다. 이 둘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극대화해서 서장을 돕는다. 개인적으로 르탕쿠르의 능력은 <죽은 자의 심판>에서도 놀라웠지만 이번 작품에서 더욱 놀란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아담스베르그는 그의 숙적이 쳐놓은 함정 속에 빠져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정공법이 아닌 편법을 이렇게 멋지게 사용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여기에 또 새로운 한 인물이 등장한다. 할머니 해커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다. 이들은 도움은 궁지에 몰린 서장을 일으켜 세우고, 가장 큰 장벽이었던 것을 무너트리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여기까지 오면 깊은 밤도 책읽기를 막을 수 없다.
아담스베르그 시리즈는 보통의 형사물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단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부터 특이하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같은 당글라르나 뚱뚱하지만 수많은 능력을 가진 르탕쿠르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그의 경찰서에는 그에게 직접 간접적으로 영감을 주는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아담스베르그의 놀라운 기억력은 직관에 의한 통찰을 거치면서 조각난 퍼즐을 그대로 조합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아담스베르그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과 불안한 심리는 낯설다. 그래서 그에게 더 몰입한다. 가끔은 그를 질타하면서. 다시 한 번 더 이 시리즈가 모두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