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미식가 - 외로울 때 꺼내먹는 한 끼 에세이
윤시윤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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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예능 작가 18년차이지만 검색을 하니 연기자 윤시윤만 나온다. 현재는 <라디오 스타> 방송 작가라고 한다. 그 외 몇 편의 작품을 제외하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글만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처음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외로운 미식가란 제목과 간단하게 본 책 내용으로 음식에 대한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각 장의 제목은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감칠맛, 짠맛 등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 담긴 이야기는 그녀의 삶과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예능 방속 작가의 느낌이 곳곳에 살아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겁고 처지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도 감성에 젖은 책을 읽었다. 그런데 며칠 되지 않아 또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심하다. 더 많은 나이와 경험이 말랑말랑한 글로 표현되어 있다. 라디오에서 한두 번 정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계속 읽으면 지친다. 그녀의 넋두리와 감상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나 자신도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쉬움, 두려움, 설렘, 외로움 등의 감정들은 단편적으로 흘러나올 때 그 순간은 나쁘지 않지만 계속 이어지면 공감 너머의 감정만 남게 된다. 그래서 좋고 감각적이고 순간 공감할 수 있는 글도 감정의 소모를 부채질한다. 아마 이 책을 내가 이십 대나 삼십 대 초반에 읽었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작가도 책 속에 말하지만 음식이나 맛집에 대한 정보는 없다. 혹시 제목에서 풍기는 음식과 맛집에 대한 정보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에 심어진 감정의 파편들을 맛보고 싶다면, 그 감성을 즐긴다면 딱 맞는 책이다. 이런 점에서 호불호가 생길 수 있다. 맛집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음식에 대한 추억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음식에 대한 기억들이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방송 예능 작가의 매력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몇 가지 편견도 같이.

 

외로울 때 꺼내 먹는 한 끼 에세이란 부제가 있다. 정말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한다. 단숨에 읽으면 나처럼 지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현재 기분이 달달하다면 단맛을 읽고, 인생의 쓴맛을 보았다면 쓴맛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맛들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한 번씩 맛보는 것이다. 그래서 취향을 타는 책이 된다. 헤어짐과 그리움, 사랑과 엇갈림, 작은 오해가 쌓여 만들어내는 사연 등은 시간 속에서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이다. 사랑이 왜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흔한 대답은 그 뻔함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흔히 마흔이란 나이를 불혹이라고 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런 위치까지 간 사람은 몇 명 없다. 쉽다면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더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삶의 다양한 굴곡과 맛들은 결국 ‘인생은 맛있다’란 긍정으로 마무리된다. 지금 내 상태에 따라 이 말에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하나씩 그 맛을 떠올린다면 조금은 더 긍정하게 될 것이다. 누가 젊은 시절 가슴 찢어지는 듯한 사랑의 아픔을 한두 번 맛보지 않았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그 맵고 쓰고 짠 그 맛이 추억이란 조미료에 의해 달거나 감칠 맛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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