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
H. A. 거버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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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에 북유럽 신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마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성공하고, 이 영화가 소설의 성공으로 이어지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톨킨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 속에서 한국의 인터넷 판타지 작가들은 세계관을 공유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오딘이나 토르란 이름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하면 그 친밀도나 익숙함은 뒤질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은 읽었지만 북유럽 신화에 대한 책은 읽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유럽 신화를 다룬 책이 거의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909년이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할 때 이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북유럽 신화 속 신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그 이름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낯익은 이름보다 낯선 이름이 훨씬 더 많다. 여기저기서 오다가다 들은 이름도 몇 있다. 딱 그 정도에서 나의 지식이 멈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얻은 지식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이것은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딘을 비롯한 수많은 신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보라고 하면 너무 자화자찬일까.

 

모두 2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의 시작을 시작으로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의 유사성을 비교한 글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장인 이 비교는 앞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의문을 품고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읽으면서 복습하는 느낌도 생긴다. 앞에서 한 장에 한 명의 신을 다룬 것을 감안하면 더욱 요약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글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비교가 의미하는 바를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를 거쳐 북유럽 신화 속에 들어오겠지만 토르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성공한 요즘을 생각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토르>란 영화 덕분에 토르 외에 익숙한 또 한 명의 신이 있다. 로키다. 이 북유럽 신화 속에서 어쩌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 셋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 그의 이미지가 영화로 먼저 굳어진 탓인지 읽으면서 몇몇 장면에서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가 보여준 다양한 캐릭터는 그 정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게 만든다. 어떤 때는 악당이고, 또 어떤 순간은 악동이고, 어딘가에서는 꾀돌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모습은 자주 변하는데 저자도 이 부분은 지적하고 있다. 모호한 정체성을 제외한다면 가장 흥미로운 신임에 분명하다.

 

오딘과 토르의 이야기는 그 이름에 비해 낯선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았다. 오딘의 경우 제우스와 비슷한 모습인데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토르는 영화 속 이미지가 너무 강해 읽으면서 자꾸 겹쳐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재미난 부분은 이들이 드워프의 세공 기술에 의해 무기를 만드는데 그 성능이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이 절대무기도 모순에 처한다. 어떤 무기는 항상 승리를 준다고 했지만 중과부족에 처한 경우가 있다. 토르의 묠니르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만 다른 마법에 막히는 경우도 있다. 절대성이란 대전제가 흔들린다. 그런 점에서 이 신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물론 이들이 의미하는 바는 의인화를 거친 신들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복잡한 구성도 아니고 어렵고 힘든 내용을 다룬 것도 아니다. 처음에 낯익은 신들이 나올 때는 아주 흥미로웠지만 낯선 이름이 나오면서 집중력이 조금씩 깨졌다. 다양한 운문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그 출처가 적지 않다. 처음에는 에다를 인용한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뭐 금방 다른 작가의 작품인줄 알았지만. 이야기 곳곳에 어떻게 북유럽 신화가 사라졌는지 알려주었을 때 안타까웠다. 그 지역의 신화를 껴안고 축제로 승화한 부분이나 현대의 요일을 의미하는 단어로 바뀐 것을 알려줄 때 생각보다 우리의 생활 속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이나 영화 등을 보다가 북유럽 신화 속 인물이 등장할 때 참고하기에 좋다. 간략하게 보기는 북유럽 신화 소사전이 아주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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