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전 : 동양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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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한국에서 시작해 서양을 거친 후 동양 편으로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 첫 권인 한국 편이 가장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동양 편을 읽으면서 나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일본, 인도를 제외하면 다른 아시아 나라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이 부분은 아쉽다. 물론 이 세 나라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그 나름의 문학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문학 등을 번역한 작품들이 거의 없다는 문제는 있다. 그래도 조금 더 다양한 나라가 다루어졌으면 한다.

 

예상한 대로 노자의 <도덕경>이 나왔다. 그것도 가장 먼저다. 노장 사상은 자연을 말할 때 늘 빠지지 않는 철학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해석을 읽으면서 나의 기억 중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구절이다. 나중에 <도덕경>을 다시 한 번 펼쳐 읽으면서 확인해봐야 할 부분이다. 재미난 부분 중 하나는 공자에 대한 해석이다. 인본주의자로 알고 있던 그의 언행 중 하나를 뽑아 생태학의 의미를 부여할 때 약간 작위적인 부분이 있지만 현재 우리의 삶과 비교하면 상당히 생태적이다. 어쩌면 우리가 후대의 해석에 의해 공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도입부를 지나면 일본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세이 쇼나곤이다. 그녀의 수필에서 생태학의 의미를 뽑아내어 해석할 때 나의 인식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닫는다. 단순히 자연을 노래했다고 생각했던 문장들 속에 품고 있는 의미들이 독자가 지닌 한계 속에서 해석되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편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하이쿠다. 그 짧은 시 속에서 몇 쪽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고, 저자의 박식한 능력에 감탄했다. 바쇼와 요사 부손과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가 이런 의미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꼈다. 늘 하이쿠하면 바쇼만 생각하던 나에게 새로운 하이쿠 시인을 알려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동양 편의 특징 중 하나는 시에서 생태학을 풀어낸 것이다. 일본의 하이쿠가 있다면 중국은 이백과 도연명과 두보 등의 유명 시인의 시들이 다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동방규와 왕기, 장유병 등의 글도 같이 다룬다. 낯익은 시 구절이 저자의 해석 속에서 새롭게 풀어지고, 집에 고이 모셔놓은 ‘당시선’을 다시 읽게 되면 차분하게 그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봐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석 중 베트남 전쟁 당시 고엽제를 둘러싼 재판 부분은 미국의 이중적 윤리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들이 주한 미군 주둔지에 저지른 행동을 보면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고, 우리 후손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신들의 나라라고 칭하는 인도에 오면 나에게 혼란이 생긴다. 여기저기에서 읽은 글 때문에 낯익은 이름들이 있지만 아직도 낯선 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타고르의 시와 간디의 연설문은 상징과 간결함으로 대비되면서 읽는 재미를 주었다. 간디가 공기에 대해 말할 때 중국의 황사와 스모그 문제가 우리나라와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늘 다루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재앙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에게 재앙임을 거듭 강조한다. <바그바다 기타>에 대한 글은 꼭 읽어봐야지 하는 열정을 불러왔고, 단순히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한 자 한 자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왔다. 뭐 대부분 이 의지가 너무 나약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해석이었다. 각 권이 연결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어 차분하게 읽으면서 각 권에서 다룬 것과 비교한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도 있다. 그것은 중국 시를 해석하면서 너무나도 중국의 시선에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북쪽 오랑캐라는 단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이 가진 이름을 생각하면 아쉽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 이 동북아 삼국의 관계를 생각할 때 용어의 선택과 사용은 언제나 조심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가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만 저자와 편집자라면 분명한 주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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