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을 좋아해 많은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최근에는 액션이나 추리 등의 장르물에 더 눈길을 두지만 그 이전에는 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읽었었다. 물론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소설을 읽었다. 영화로 만들어져서 읽었고, 유명한 작가라서 읽었고, 재미있다고 해서 읽었었다. 그 당시에 엔도 슈사쿠의 소설 중 한 편 정도는 읽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보지만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설마 한 편도 읽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하고 약간 의심도 해본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침묵>도 나 스스로 자신할 수 없다. 몇 번이나 살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에는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다음은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란 점 때문에 사지 않았다. 읽은 것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이 에세이는 엔도 슈사쿠가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발표한 것을 묶어서 내놓은 것이다. 지면 사정이나 그 당시 요청에 따라 분량이 모두 달랐던 모양이다. 긴 것은 몇 쪽에 달하고 짧은 것은 두세 쪽에 불과하다. 이 분량 차이가 가끔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끝난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2~30년 전 작가의 생각과 문화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때와 지금의 문화나 사회 분위기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들이 상당히 있는데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주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가볍게 풀어내었다. 병으로 힘들게 산 듯한데 글은 그 무게를 대부분 지워내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 몇 편은 읽다가 크게 웃었다.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그 중 한두 가지만 소개하자. 한 잡지의 어떤 학생이 원고 청탁을 가면서 먼저 전화를 해주지 않았다고 타박하는 작가에게 집 앞 쌀가게에서 전화를 하면서 원고를 부탁한다. 황당하고 기가 막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이 요청을 수락하고, 그 잡지는 다 팔린다. 이 보다 더 황당한 이야기는 소변 검사용 컵에 똥을 담아온 친구에 대한 것이다. 왜, 어떤 생각에서 이런 일을 한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아주 즐겁게 웃게 만든다.

 

노작가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는 곳곳에 드러난다.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도 있고,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낸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재미있지만 전자도 유념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비록 2~30년 전에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현재 우리의 삶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도쿄 대학 진학에 힘쓰는 모교에 대한 글이나 빛바랜 경로의 날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성이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기념일 등이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도 그가 보여주는 자신답게 살고자 하는 노력과 즐거움은 눈길을 끈다.

 

소설가라서 받게 되는 편지나 영어 실수담으로 경쾌하게 시작한 글은 마지막에 병문안과 인생관으로 마무리된다. 앞이 유쾌하고 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뒤의 글은 곱씹어 읽을 필요가 있다. 특히 병문안에 대한 이 글은 잘 몰랐던 부분이다. 나의 욕심이 환자를 힘들게 한 적이 적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이 ‘괴로운 즐거움’인데 이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작가 나름의 표현방식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도 이 길을 가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의 이 표현은 개인적으로 삼하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즐겁고 유쾌하게 읽었다. 엔도 슈사쿠의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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