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사들 - 그곳에 히포크라테스는 없었다
미셸 시메스 지음, 최고나 옮김 / 책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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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지옥의 히포크라테스다. 히포크라테스가 의미하는 바가 의사임을 생각하면 지옥은 어딜까? 현대 역사에서 의사들이 가장 참혹한 행동을 한 것으로 꼽는다면 2차 대전 당시의 나치의 수용소일 것이다. 이 책은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의사들을 다룬다. 보통 그 시절 희생자들을 다룬 것을 감안하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몇 명의 의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설다.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2차 대전 당시 수용소의 몇 곳만 알고 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수용소에서 아주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고 참혹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적지 않은 의사들이 나온다.

 

이 생체 실험을 한 의사들이 한결 같이 변명으로 내세우는 말이 있다. 바로 의학의 진보와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말이다. 반인류적인 행동을 희석시키기 위한 그들의 주장은 희생자들의 증언에 의해 많은 사실들이 밝혀진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몇 가지 사실을 저자는 뒤집는다. 뭐냐고? 인간 생체 실험이 의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결과물을 놓고 본다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생체 실험을 통하지 않고도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 실험의 결과물들이 실제 전쟁에서 그 효과를 그렇게 많이 발휘하지 못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1장과 마지막 장인 15장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 뉘른베르크 강령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고, 미국 등의 승전국들이 2차 대전 후 나치들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이용했는지, 또는 우대했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나치뿐이지만 우리에게는 일본의 그 유명한 731부대가 있다. 이 부대의 실험 자료들이 미국으로 흘러가 미국 의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부분도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옛날에 중국에서 만든 <마루타>라는 영화가 731부대의 잔혹한 실험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 책에 묘사된 몇몇 장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 나온 인물 중 아는 사람은 딱 두 명이다. 힘러와 멩겔레다. 멩겔레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우리의 친일 역사와 겹쳐지면서 더 분노하게 되었다.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가 현대 역사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요제프 멩겔레의 별명이 죽음의 천사였다는 말보다 그의 선택에 의해 하룻밤에 1500명이 죽었다는 사실에 더 놀란다. 그 유명한 가스실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이 죽음의 의사들이 실험한 내용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 사실로 다가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이 나쁜 의사들 중 몇 명은 천수를 누렸는데 이렇게 된 과정의 몇몇은 분노를 자아낸다.

 

전후 혼란기에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희생자들의 증언과 조사가 진행되면서 나온 인물이 이 정도이니 더 많은 의사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히틀러가 채식을 하면서 동물 실험을 반대한 반면 인간 실험은 허용했다는 부분이다. 이 의사들이 자신들의 관심 분야 연구를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볼 때 작가가 더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은 것에 감사할 정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저자도 잠시 말한 부분인데 2차 대전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인간 실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국가에서 말이다. 물론 그 대상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일부 나라지만.

 

읽으면서 저자의 분노에 공감하고, 그 잔혹한 행동에 치를 뜬다. 실험 윤리와 인간의 존엄이란 것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라는 말로 이것을 피해가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상이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묻고 싶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 상황이라면 완전히 다르겠지만. 참혹하고 불편한 역사의 사실을 다루지만 결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의 일부가 담겨 있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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