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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소년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다가왔다. 닐 조던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지금 기억에 영화를 봤는지 잘 모르겠다. 늘 말하는 나의 저질 기억력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포스터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는 영화를 미친 듯이 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무엇보다 워낙 인상적인 포스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채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낯익은 제목과 다른 표지에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이전에 다른 번역본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다른 책이 나오지 않는다.
책 두께와 영화에 대한 이미지와 잠깐 넘겨본 것을 참고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앞의 몇 쪽은 그냥 잘 읽었는데 더 읽게 되면서 혼란에 부딪혔다. 문장 구성 때문이다. 한 문장에 따옴표도 없고, 쉼표도 없이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집어넣었다. 한두 번 정도라면 그냥 그렇지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의 문장이 이어진다. 읽기 정말 힘들다. 여기에 환상과 현실이 분명한 경계를 나누지 않고 바로 이어진다. 잠시만 집중을 흩트리면 무슨 내용인지, 환상이 아직도 계속되는지 혼란을 겪는다. 번역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문장이다. 실제 원문을 찾아보면 과연 어떤 것일까 하고 궁금할 정도다.
이십 년, 삼십 년, 사십 년 전인가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모든 일의 화근으로 한 부인을 말한다. 누전트 부인이다. 그녀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다. 필립이다. 런던에서 사립학교를 다니다 전학 왔다. 필립의 집에는 좋고 아주 깨끗한 만화가 있었다. 프랜시 브래디는 친구 조와 함께 이 책들을 가로챈다. 그냥 소년들의 재미난 그러나 조금 과한 장난 정도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누전트 부인은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술 마시는 아버지를 돼지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하고, 떠나면서 그들을 돼지들 같다고 외친다. 이때만 해도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프랜시의 아빠는 트럼펫 연주자였다. 그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프랜시의 엄마는 자살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이런 가정에도 훈훈함이 불어올 때가 있다. 크리스마스 때다. 이 날은 앨로 삼촌이 온다. 맛있는 음식과 음악과 노래가 집안에 가득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행복은 짧다. 평범한 소년으로 성장해야 할 프랜시의 삶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불행이 모두 누전트 부인 때문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가운데 프랜시는 누전트 씨 집에 들어가서 난장판을 만든다. 그는 수도원 같은 병원으로 이송된다. 시간이 흘러 다시 그의 집으로 돌아온다.
프랜시가 집착하는 사람이 둘 있다. 한 명은 누전트 부인이고, 다른 한 명은 친구 조다. 그가 퇴원한 후 만난 조는 옛날과 달라졌다. 그의 기준에서 보면 말이다. 그리고 이제 조와 필립이 같이 공부를 한다. 형제로 생각하고 늘 그를 그리워했던 프랜시에게 이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예전처럼 같이 놀기를 원하지만 중학생이 된 조는 그렇게 살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만 즐기면서 놀 단계를 지난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일에 누전트 가 사람이 엮여있다는 것이다. 두 집안이 서로 왕래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프랜시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극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정말 힘겹게 읽었다. 왜 이런 문장 구조로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라 원래 이런 방식의 글을 쓰는지 확인할 수 없다. 추측컨대 프랜시의 의식 분열과 감정의 혼란 등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어려운 문장을 쓴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할 뿐이다. 누군가의 의식이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문장으로 보여준다고 해야 하나. 그 가운데 이야기의 진짜 뼈대를 찾아서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거의 실패다. 언제 영화를 보면서 원작 소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