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아티스트
스티브 해밀턴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음악 관련 이야기인 줄 알았다. 록앤롤의 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어 제목을 본 후에 금고털이에 대한 이야기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입견이 책을 펼쳐 읽은 첫부분에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것은 주인공 소년 마이클의 나이였다. 여덟 살에 끔찍한 사건을 겪었고, 이 때문에 기적의 아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대신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아이다. 그 후 9년의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겨우 열일곱이다. 이런 소년이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봐왔던 금고털이 역할을 한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이다. 이 소설은 마이클이 감옥에 갇힌 후 자신의 인생을 적은 글이다.

 

인생은 갑자기 하나의 전환점을 던져준다. 이것은 예측할 수도 없고, 그때도 알 수 없다. 마이클에게는 어릴 때 자신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산 리토 삼촌이 버린 자물쇠를 주어 만지면서부터다. 처음엔 흥미와 오락이었지만 금방 그 재능이 꽃을 피운다. 물론 이 재능이 크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이 필요하다. 그 선생이 바로 고스트로 불리는 사람이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이 직업 세계에 누군가 홀연히 나타나 ‘자네 재능이 있군, 나에게 한 번 자물쇠 여는 법을 배우겠는가.’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열일곱 살 소년이 범죄자들과 어울려 금고를 열러 다니지도 않는다. 작가는 노련하게 시간을 교차시키면서 왜 마이클이 이 금고털이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려주고, 그가 만나는 범죄자들을 통해 이 세계의 한 면을 보여준다.

 

특별한 재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언제나 위험해진다. 마이클도 자신의 친구를 돕기 위해 한 행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는 그 당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던 그가 다른 누군가의 장난에 의해, 충동에 의해, 알 수 없는 열정에 의해 뒤바뀌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은 바로 어밀리아의 집에 몰래 들어가고, 그녀의 그림을 봤을 때다. 그 자신도 그림을 잘 그리지만 그가 본 그림과 자화상은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를 충동질해 데리고 간 아이들이 도망칠 때 그는 그 그림에 메여있었다. 경찰에 잡힌다. 공범을 말하지 않는다. 그 집주인 노먼의 집에서 하루 네 시간 육 주간 봉사하는 판결이 내려진다. 이 집에서 힘든 땅파기를 하고, 어밀리아를 만난다.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나타난다.

 

마이클은 고스트에게서 다섯 개의 호출기를 받는다. 색에 따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색은 아마추어가, 어떤 색은 동부나 서부의 전문가들이 그를 필요로 한다. 빨간 호출기가 울리면 바로 연락해야 한다. 왜냐고? 그를 이 세계로 강제로 밀어 넣고 그가 한 일의 수수료 10%를 챙겨가는 두목이 연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이 소년이 상당히 경험 많고 노련한 금고털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스트를 통해 재능을 꽃피운 후 금방 이 세계에 나온 새내기였다. 아마추어와 함께 일하는 위험을 보여준 후 서부로 가서 전문가들과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이 둘의 차이가 너무 확연해서 고스트가 그에게 알려준 교훈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그가 어떻게 금고털이 세계로 오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의 핵심은 어밀리아다. 그녀의 엄마가 자살했고,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산다. 이 기적의 소년이 그녀 앞에 나타났을 때 그녀가 본 것은 자기 내면의 어둠이었다. 그래서 둘은 금방 끌린다. 시작은 마이클이 어밀리아를 그린 그림을 그녀가 자는 방에 놓아두면서부터다. 몰래 들어가서 놓아둔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마이클에게 이 모험은 위험한 것이지만 그녀는 그림으로 답한다. 다음은 만화로 자신의 감정을, 상황을 표현하는데 그녀 또한 같은 방식으로 대답한다. 이렇게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 사랑이 어밀리아의 아버지 노먼의 사업실패와 연결되고, 그의 재능이 악당의 귀에 들어간다. 그는 어밀리아를 위해 금고털이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렇게 보면 한 남자의 순정을 담은 성장과 사랑 이야기다.

 

보통 범죄소설에서 많이 공을 들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범죄를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범죄 준비 과정이 그렇게 세밀하게 나오지 않는다. 금고털이 소년이 주인공이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서 들려줄 뿐이다. 함께 도둑질을 하는 동료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등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다만 빠른 시간 안에 금고를 열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어느 순간에는 운도 작용한다. 고스트가 자신들의 작업을 예술이라고 말하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손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연습하고 노력하는 모습과 그 섬세한 작업을 본다면 말이다. 모두 읽고 난 지금 이 천재 금고털이 소년이 감옥을 나온 후 보여줄 새로운 활약을 기대해본다.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위험한 일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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