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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 지음 / 호미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낯익은 이름이다. 어디서 본 듯한데 정확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이전에 한 권씩 사곤 했던 출판사 청하의 대표다. 지금도 집 책장을 뒤져보면 몇 권 정도는 쉽게 나올 것이다. 시집도 한 권 정도 있지 않을까? 이건 모르겠다. 이런 몇 가지 자잘한 사실을 제외하면 저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없다. 낯익은 책 제목이 몇 권 보이지만 읽지 않았고, 그의 철학이 어떠한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둘씩 알게 되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칭 활자중독자라고 하는데 그의 분야가 인문학과 시에 더 집중되어 있다. 실제 이 책의 내용도 그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자기의 철학과 엮었다. 그 방대한 분야는 나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내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각 장의 시작을 알리는 요약 밑에 쓰인 숫자에 눈길이 갔다. 이것이 제목처럼 한 해 동안의 일요일을 표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이 생각은 한 해의 일요일 수를 잘못 세면서 사그라졌다. 계산기로 간단하게 두드리니 54주가 아닌 52주다. 52번의 일요일을 이용해 저자는 그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고 요약하고 핵심을 추려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방대한 분야는 쉽게 요약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처럼 읽을 책을 골라야 할 경우 인문학 책에 먼저 손길이 가거나 ‘인문학은 맛있는 것, 즐거운 것이다.’ 같은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다. 물론 나의 수준은 아주 한참 아래다.
일요일. 사실 나는 일요일보다 토요일을 더 좋아한다. 다음날 출근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일요일 오후는 다음날 출근의 압박이 점점 심해지는 시간이다. 만약 그가 말한 것처럼 늦잠이라고 자게 되면 일요일의 시간은 불과 네다섯 시간의 여유 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는 저녁에 커피숍에 나가 한두 시간 책을 읽은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아주 좋았다. 아내가 이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면서 나가는 시간이 당겨지고, 빠른 저녁 시간은 텔레비전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이것은 가족이 된 아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자그만 몇 가지 의무 중 하나다.
52번의 일요일에서 만난 방대한 분야의 다양한 글은 저자의 깊이를 쉽게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편집으로 이 각각의 글을 몇몇 범주로 묶지 않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각 글의 깊이와 폭이 책 읽는 재미를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간 것은 역시 책, 서재, 여행, 요리 등이지만 다른 글들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요즘 나의 독서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나이가 들수록 철학 책을 읽고 시집을 가까이하라’는 제목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실제는 아직도 소설이 절대 다수지만. 반복되어 강조되는 몇몇의 철학자가 있는데 아직은 나에게 어려운 철학자다. 니체, 들뢰즈, 발터 벤야민 등이 그렇다. 이 중에서 니체 전집은 예전에 청하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산책, 걷기 등은 한때 좋아했던 행동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것이 줄어들었다. 귀찮아졌다. 힘들어졌다. 차를 운전하고 다니면서 편안함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 덕분에 점점 살이 찌고, 다리의 근력이 약해진다. 가끔 전철로 출퇴근하면 허리가 아프다. 탈 것 속에서 시선은 사람이나 밖의 풍경으로 향하지 않고 늘 손에 놓인 책에 가있다. 늘 쫓기듯이 살다보니 여유가 부족하다. 아니 여유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가끔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다. 시간의 강박 속에서 침몰한다.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여유가 없다. 깊은 숙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욕심이 많아 책을 더 사지만 읽기는 멀기만 하다. 그의 서재가 부러운 것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많이 든 생각 중 하나다.
하나의 주제를 풀어내는데 한 권의 책만 다루지 않고 두세 권을 같이 놓고 자신만의 해석을 들려준다. 책의 핵심을 뽑아내어 말하고, 다른 책과 비교하는 과정은 읽으면서 내가 늘 바라던 글이었음을 깨닫고 부러웠다. 최근에는 관련 있는 인문학 두 권을 동시에 읽은 적도 없으니 뭐라고 할 말도 없다. 단순히 인문학을 요약하고 서평을 쓴 글이라면 딱딱했을 텐데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내면서 좀더 부드럽게 읽히게 만들었다. 다 읽은 후 아쉬운 점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저자가 읽은 책과 인용한 책에 대한 색인이 없는 것이다. 있다면 위시리스트에 올릴 책 찾기가 훨씬 쉬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