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요 네스뵈를 처음으로 만난 작품은 <헤드헌터>였다. 그를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해리 홀레 시리즈다. 이 책들이 모두 비채에서 나왔는데 처음 이 작가의 작품이 나왔을 때만 해도 재미있게 잘 쓴다 정도였다. 해리 홀레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번역 출간된 <스노우맨>을 보았을 때도 엄청나게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어서 나온 시리즈를 보면서 그에게 완전히 빠졌다.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스탠드얼론 작품이 한 권 더 출간되었다. 바로 이 작품이다. 액션과 반전이 뒤섞여 작가의 능력이 잘 발휘되어 있다. 멋진 작품이다.

 

아들. 그는 아버지를 존경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살한 아버지와 유언장을 발견한 뒤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에 마약 중독자가 된다. 존경했던 아버지가 부패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은 그를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미성년을 벗어난 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죄를 뒤집어쓴다. 감옥에 갇힌다. 이 감옥에서도 그는 다른 사람의 죄를 뒤집어쓴다. 그 대가는 헤로인이다. 작가가 소년이라고 부르는 이 아들의 이름은 소니다. 그는 감옥 속에서 고해신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죄수들은 그에게 죄를 털어놓고 그의 기도를 통해 안식을 얻는다. 감옥 속의 성자와 같다. 삶의 의지를 잃은 소년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다. 하나의 고백을 듣기 전까지는.

 

자신의 삶을 파괴한 소년에게 한 죄수가 고백한다. 그의 아버지는 부패 경찰이 아니었다고. 경찰 내부에 존재하는 첩자를 잡으려고 했다고. 그 첩자에게 역습을 당해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유서를 가짜로 쓰고 자살했다고. 이 고백은 마약이 주는 평온 속에서 살아가던 소년을 뒤흔든다. 그를 감싸고 있던 세계가 깨어진다. 소년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처절한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단순히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탈옥을 해야만 복수를 할 수 있다. 의지와 치밀한 준비는 사람들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를 감옥에서 나가게 한다. 이때만 해도 소년이 오슬로를 어떻게 뒤흔들지 예상도 못했다.

 

소년은 감옥에 있으면서 많은 고해를 들었다. 그를 희생양으로 삼은 살인 사건도 있다. 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안 후 그는 복수를 꿈꾼다. 그가 감옥에 갇힌 십 수 년은 세상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왠지 짠하다. 소년은 가짜 신분증으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마약중독자를 위한 센터에 들어가서 쉴 곳을 만든다. 그리고 이곳에서 마리타를 만난다. 이제 하나의 거점이 만들어졌고, 첫 번째 복수를 위해 떠난다. 부유하고 평온한 가정집에서 한 여인을 쏜다. 집을 뒤져 현찰과 보석을 들고 나온다. 왜 그녀를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어떤 죄를 지었기에 하고. 이 의문을 풀어주는 것은 소년이 아니다. 시몬 경정과 카리 형사다.

 

시몬은 도박중독자였다. 한 여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내인 엘세를 만난 후 중독에서 벗어난다. 그는 소니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가 소년이 살인한 첫 현장에서 보여준 짧지만 강렬한 활약은 전문가의 향기가 풀풀 날린다. 모두가 강도의 소행이라고 할 때 그는 정밀하게 현장을 보고 추리하고 증거를 쫓는다. 그의 결론은 다르다. 이것을 카리가 하나씩 배운다. 두 번째 살인 현장을 봤을 때도 그는 다른 형사와 다른 시각에서 현장을 본다. 이것은 그가 탁월한 형사란 점도 있지만 이전에 탄도학을 전문으로 하는 형사였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약 전담 형사를 한 후 경력을 쌓기 위해 살인 사건 전담으로 온 카리의 도움이 가세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부패는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쌍둥이라 불리는 어둠 속 배후는 오슬로의 정치, 경제, 관료 조직 곳곳에 자신의 세력을 심어 놓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악당들은 그의 수하들이다. 그는 인신매매, 마약 판매, 무기 중개, 살인 의뢰 등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모든 일을 한다. 오슬로를 어둠 속에서 지배한다. 그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실 중반 이후다. 소년이 저지르는 연쇄 살인이 가리키는 방향이 분명해진 뒤에 나타난다. 그 앞에 그의 수하들이 한 명씩 소년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렇게 많이,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소니,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빠진 마르타, 소니의 탈옥과 살인 현장을 둘러 본 후 소니를 찾으려는 시몬, 형사를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생각하는 카리, 동네 양아치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소니를 몰래 훔쳐보는 소년 마르쿠스. 이들이 등장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대단한 몰입으로 단숨에 끝까지 달려가게 만든다. 살인자를 처단하면서 더 큰 악에 다가가는 소니의 모습은 통쾌하지만 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에는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일까? 이제는 상투적인 말이 된 ‘역시 요 네스뵈다’를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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