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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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편집은 재미있다. 나의 취향과 잘 맞는다. 이미 다른 작품집으로 그의 글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어떤 단편을 읽을 때는 이것과 과연 19세기에 쓰인 소설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 너무 비슷하게 다가온다. 이 단편집만 놓고 보면 왜 포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 잘 이해된다. 내가 알던 미스터리와 공포 작가란 이미지가 퇴색할 정도다. 물론 어떤 작품은 잠시만 집중하지 않으면 그 흐름을 놓치고 재미를 못 느낀다. 약간의 억지 같은 것도 없지 않다.

 

첫 단편 <사기술>은 현대에도 통용될 듯한 수법이 꽤 있다. 어떤 것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사람의 욕심과 단순한 믿음이 허점을 만든다. 이것과 비슷한 작품이 <비즈니스맨>이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은 읽으면서 의심이 살짝 생겼는데 결말에서 그대로 맞았다. <안경>은 한 청년의 안경 혐오가 우연히 오해와 만나 만들어내는 최악의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려내었다. 그 결말을 읽고 너무나도 예상을 초월해 그럴 수도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오해를 통해 재미난 결말을 만들어내는 단편들이 이 책 속에는 여러 편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일요일>은 포의 자전적인 부분이 들어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에 이 제목에 대한 해답이 나왔을 때는 살짝 웃게 되었다. 이런 기발한 답이라니, 아니 이것을 그대로 인정하다니 하고. <소모된 남자>는 끝까지 이들이 말하는 바를 전혀 공감하지 못했는데 끝에 나온 장면으로 단숨에 이해되었다. <싱검 밥 명인의 문학 인생>, <블랙우드식 기사 작성법>, <곤경>, <X투성이 글>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글쓰기에 대한 포 식의 풍자가 잘 드러나는데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X투성이 글>에서 X는 알파벳 X이고 다른 어떤 약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모를 때는 오해하기 딱 좋다.

 

<멜론타 타우타>는 처음에 읽으면서 환상 편으로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음에 나온 <미라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다. 전작이 현재보다 더 먼 미래 이야기를 다루는데 과학 기술의 발전이 너무 더디다. 이 단편집들을 읽으면서 포의 과학적 상상력이 그 시대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후작은 고대인과의 대화가 너무 수준 낮아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풍자 편에 어울리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핑크스>는 사람들의 착시 효과가 어떤 환상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데 그 이면에 깔린 공포를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된다.

 

<봉봉>, <기괴 천사>, <악마에게 머리를 걸지 마라>, <오믈렛 공작>는 악마나 천사 등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고 황당한 전개로 이어지면서 악마나 천사가 그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물론 이들이 충동질하는 것도 있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들의 욕망과 허영심이 깔려 있다. <봉봉>에서 인간 영혼의 맛을 표현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함축적인 풍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하나의 장면이 약간 잔혹한 느낌도 있지만 전체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해가 된다. 환상 편에 어울리는 악마 등이지만 내용이 풍자 편에 더 맞는 것 같다.

 

여기에 말해지지 않은 몇 편은 나의 집중력이 깨진 상태에서 읽었거나 그 재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단편이다. 전체적으로 환상 편보다 더 집중했고, 더 재미있었고, 현실과 더 맞아떨어졌다. 풍자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현실 문제를 잘 관찰하고 분석한 후 비틀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우리의 현실에 대입했을 때도 큰 무리가 없는 것도 바로 이런 통찰력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포의 이력에 풍자가 더해져도 전혀 놀랍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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