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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작가 시리즈 세 번째 편이다. 이전 시리즈는 읽지 않았다. 이 작가의 도조 겐야 시리즈를 몇 권 읽었는데 민속적 호러를 미스터리와 연결해서 풀어내는 능력이 아주 좋았다. 이번 작품도 약간 그런 종류다. 이전의 작가 시리즈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이 <사관장>은 도조 겐야 시리즈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보면 호러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 화자가 다섯 살 때와 성인이 된 후 겪었던 기이하고 괴상한 경험은 갑자기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의성어와 화자의 심리 묘사를 적절하게 섞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공포를 조성하는 동시에 ‘왜?’ 와 ‘어떻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사관장(蛇棺葬). 처음에는 집 이름으로 착각했다. 장례할 때 사용하는 장(葬)을 장원할 때 장(莊)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다. 한자를 대충 본 것이다. 뱀 사(蛇)자의 강렬함과 백사당이란 다음 책 제목 때문에 집으로 그냥 넘겨짚은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언제 사관장이 나올까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기 진행되어도 그 장소는 나오지 않았다. 백사당에서 일어난 기묘하고 기이한 사건만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이 햐쿠미 가의 장례를 중심에 두고 어린이와 성인의 각각 다른 경험을 어스스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성인되어 30년 만에 찾아온 화자가 어릴 때 느낀 공포와 의문을 다시 재현하면서 다른 위치 때문에 생긴 다른 경험을 들려준다.
화자 ‘나’는 다섯 살 때 처음 햐쿠미 가로 들어온다. 본처가 있는 아버지가 밖에서 ‘나’를 낳은 것이다. 어머니가 죽자 어쩔 수 없이 햐쿠미 가로 돌아왔는데 누구도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새엄마의 시선은 냉혹하고, 할머니는 정신이 있을 때나 없었을 때 모두 소년을 괴롭혔다. 얼마나 차가웠으면 그 나이에 그것을 알았을까. 이런 와중에도 그의 편이 되어준 사람이 있다. 바로 다미 할멈이다. 아버지와 고모와 삼촌의 유모였던 다미 할멈이다. 유폐된 듯한 작은 방에서 결코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사는데 ‘나’가 나타나면서 이 둘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소년이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성인이 된 화자가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야기는 둘로 나누어져 있다. 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와 30년이 지난 후 이야기다. 무대는 동일하게 햐쿠미 가다. 소년의 이야기가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감정을, 느낌을, 공포를 글로 표현했다면 성인이 된 나의 이야기는 자신의 직접 경험이 공포와 어우러진다. 읽으면서 소년의 글이 너무 성숙해 진짜 소년의 경험이자 실제 있었던 일인지 의문이 생겼다. 반면에 30년 만에 돌아온 후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다. 그중에서 최고는 역시 백사당 안에서 새어머니 시체를 염한 것이다. 이때 잘 만들어진 시설물에 감탄하지만 초가 꺼지면서 과거의 경험이 현실 속에서 재현된다. ‘그것’이 나타난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의문을 품은 대목이다. 과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각각 다른 연령대의 주인공을 내세워 비슷한 전개와 구성으로 문을 열지만 모든 의문은 하나의 장례 속에 담겨 있다. 할머니의 장례식 때 아버지가 사라진 것과 새엄마의 장례식에서 새엄마의 시체가 사라진 것이 대칭을 이룬다. 과거엔 이야기였던 것이 이제는 자신에 닥친 현실이 된다. 햐쿠미 가의 장손은 어머니의 시체를 백사당 안에서 홀로 밤새워 염을 해야 장례 예법이 있다. 이 예법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놀랍게도 다미 할멈이다. 이때가 유일하게 집안사람들이 다미 할멈을 찾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그녀는 ‘나’로 하여금 수많은 기담과 괴담을 들려준 인물이기도 하다. 화자의 현재 직업이 민속관련 출판사 편집자인 것도 햐쿠미 가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적지 않은 분량에 대칭적인 구성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난다. <백사당>을 읽지 않으면 <사관장>에서 받은 공포와 의문이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살짝 펼쳐 본 <백사당>은 이번 소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 민속 호러를 해결하던 부분만 살짝 분리한 듯한 느낌이랄까. 책 속의 책이란 구성을 가지고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이 <사관장>이 미스터리한 문제를 제출한 듯한 느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