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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 100엔이란 금액으로 물건을 맡기는 것이 그렇게 저렴한지는 잘 모르겠다. 전철역에 있는 코인로커에 보관하는 것도 가능한 금액임을 감안하면 더욱. 물론 부피가 큰 물건의 경우는 다르다. 하지만 간단한 서류라면 어떨까? 책이라면? 이런 간단한 의문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슴 한 곳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아시타 마치 곤페이토 상점가의 보관가게 사토를 만났다. 실제 주인이 지은 가게 이름은 ‘기리시마’지만 가게에 걸린 포렴에 쓰인 글자 ‘사토’ 때문에 사토로 불리는 그곳 말이다.
사토의 주인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설정이 아니라 이곳에 물건을 맡기는 사람들이 그 물건에 엮여 있는 사연을 말하는 설정이다. 이런 종류의 소설에서 흔히 보게 되는 설정이다. 그렇다고 주인이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물건을 맡긴 사람들의 모든 것을 껴안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 100엔에 버릴 것을 맡기고, 누군가는 50년 동안의 장기 보관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곳은 그 물건을 맡긴 사람들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한다. 쓰레기장이 되거나 슬픔이나 아픔 등을 덜어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읽으면서 나라면 어떤 것을 보관할까?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 편을 제외하면 모두 사물이거나 동물이다. 의인화된 이 사물과 동물들은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을 하나씩 풀어낸다. 첫 이야기는 포렴이 하고, 두 번째는 자전거가, 세 번째는 유리장식장이, 네 번째는 이혼하려는 여자가, 마지막은 고양이가 한다.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제외하면 모두 관찰자이면서 화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오래된 사물에 귀신이 깃든다는 일본의 이야기가 무섭지 않고 따스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토의 주인 도오루가 있다.
도오루는 어릴 때 시력을 잃었다. 글을 읽을 수도 색깔을 구분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한 번 들은 목소리는 아주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상관없이.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관한 물건을 목소리와 그 속에 담긴 감정 등으로 오랫동안 기억한다. 이것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17년이 지났지만 그 이름을 기억하는 장면이 나온다. 경이적인 기억력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기억력이 아니라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단 한 번 그가 짝사랑했던 에피소드에서 나올 뿐이다.
감상적인 이야기다. 따스함이 조용히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어떻게 보면 영리한 선택일 수도 있는 구성이자 전개인데 의인화된 물건들이 이것을 재미나게 살렸다. 직접적으로 사연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찰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사연을 말하는데 어느 부분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단지 몇 개월이 아닌 17년이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나오는데 갑작스런 시간의 비약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떤 의견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당사자들이 풀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되는지 모른다. 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혹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다면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