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스웨덴에 살고, 차는 사브만 몬다. 나이는 59세이고, 6개월 전 아내가 죽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원칙은 칼 같이 지킨다. 거의 웃지 않았고, 평생 한 여자만 사랑했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계산을 잘못한 것을 발견하고 같이 간 친구 루네와 이 웨이터를 고소할 것인지 1시간이나 논의할 정도로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세우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매일 아침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돌면서 확인한다. 지금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자살해서 죽은 아내 곁으로 가는 것이다. 이 남자의 이름이 바로 오베다.

 

오베가 컴퓨터를 사러 간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괴팍한 노인네가 직원들은 짜증나고 두렵기만 하다. 그가 쏟아내는 독설과 까칠하고 화난 말투는 쉽게 적응하기 힘들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이곳에 왔을까? 그 이유를 그 다음 장부터 하나씩 보여준다. 오베라는 남자가 어떤 성격이고, 어떻게 행동하고,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면서. 그리고 가장 원했던 것이 어떻게 방해받고, 외골수 삶을 살던 그가 주변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그가 괴팍함을 보여줄 때마다, 그것이 더 완고해질 때마다 감탄하면서 이것을 간단하게 무너트리는 파르바네의 행동에 놀란다.

 

파르바네는 오베가 죽으려고 집 천장에 구멍을 뚫고 목매는 끈을 달 때 이사온 이란 출신 여자다. 남편과 두 딸이 있고, 현재 임신한 상태다. 남편 패트릭이 트레일러를 잘못 운전해 오베의 집 벽을 끍었다. 자신의 평온한 자살을 방해한 이들을 보러 나갔다가 트레일러를 후진시켜주고 인연을 맺게 된다. 이 인연이 오베의 자살을 끝없이 방해한다. 멍청한 남편이 창을 고치다 떨어져서 차고에서 자살하던 것을 중단해야 했다. 이전에는 목을 매달았지만 줄이 끊어졌고, 약을 먹으려는 순간이나 총으로 자살하려는 순간 등에서 파르바네나 다른 사람들의 방해로 시도조차 못했다.

 

그냥 죽으면 끝이 아니냐고? 무슨 소리! 그것은 오베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이 죽은 후 일어날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정리해서 유서로 남겨두고 있다. 총으로 자살하려고 할 때 피가 사방으로 뛰는 것을 감안해 벽과 바닥에 비닐을 덮고, 정장을 입고 죽으면 매장할 때 입을 옷을 걱정하며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최대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죽으려는 그의 시도는 늘 간발의 차이로 실패한다. 이 실패가 우리에게는 큰 즐거움을 준다. 그의 실패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그 사이에 그의 과거가 하나씩 흘러나오면서 이 괴팍한 노인과 같이 산 아내 소냐의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이다.

 

완고하고 원칙적이고 과묵한 그지만 소냐와의 만남은 이전까지 그의 삶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소냐와 살면서도 자신의 원칙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고, 주변사람들이나 권위주의와 싸웠다. 이 소설에서 가장 큰 권위주의 집단은 공무원이다. 몸에 이상이 있다고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는데도 요양원에 넣으려는 집단이다. 오베도 아내 소냐의 사고 이후 이들과 싸워야 했고, 지금은 이전 친구였던 루네의 문제로 그들과 대립한다. 한때 루네는 그의 유일한 친구였지만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로 서로 갈라섰다. 루네도 완고하기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에 벌어진 대결은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홀로 남은 오베는 매일 소냐의 무덤가로 찾아가서 그의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말한다.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이기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이 외로움과 괴로움을 산산조각내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그는 이전보다 더 주변과 소통하고 살게 된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아내 소냐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의 원칙에 살짝 벗어나도 소냐의 눈빛이 마음이 떠올라 그냥 지나간다. 차도 자전거도 다른 기계들도 전혀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욕하면서 어느 새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고양이 어니스트를 사랑했던 아내처럼 야생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고양이 또한 그의 평화로운 자살을 방해한다.

 

이 독특하고 괴팍하고 완고한 오베라는 남자가 나는 좋다. 그의 이웃이라면 어쩌면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그가 세운 원칙이 너무나도 완고하기에. 하지만 그가 투덜거리면서 보여준 행동 하나하나에는 그가 경험한 삶의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있다. 파르바네의 운전 연습을 도와줄 때 보여준 그의 분노와 더불어 섬세하고 자상한 표현은 그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동성애자에게 호모라고 말하지만 그는 편견을 보여주지 않는다. 말자체가 편견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가 커밍아웃했을 때 재워주고, 아버지와 화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직설적이고 투덜거리고 누구나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삶의 균열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 파르바네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약하다. 그렇게 그는 새로운 삶을 산다. 그의 존재는 이제 그 동네 곳곳에 스며들고,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 파르바네의 말처럼 그녀는 소냐에게서 그를 가장 잘 빌려 썼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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