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면 이전에 흥행했던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오우삼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다. 당시 홍콩에서 성공한 그가 과연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당대의 두 남자 주인공을 캐스팅한 후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설정인데 오우삼 특유의 액션이 잘 먹힌 것이다. 이렇게 영화감독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것처럼 소설가들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단 한두 편에만 등장한 인물이 있는 반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몇 십 년을 계속한 인물도 있다. 우린 그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출간된 후는 열광하며 읽는다. 그런데 이 인물들을 하나의 작품 속에서 만나게 하면 어떨까? 영화 <어벤져스>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두 명 정도 짝을 이룬다면 어떨까? 그 결실을 맺는 것이 바로 이 작품집이다.

 

이 놀라운 기획은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에서 시작했다. 이미 이 협회에서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낸 적이 있다. 그때는 한 작가의 단편이었다. 이번처럼 두 작가가 자신들의 캐릭터를 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낸 것이 아니다. 실제 이렇게 같은 이야기 속에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도 시간도 다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다른 성격이나 직업도 무시할 수 없다. 협업의 특성 상 자신의 개성을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협업을 작가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없다. 다만 이 22명의 작가들의 작품 중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도 있고, 이름마저 낯설어 조금 부끄럽고 아쉬울 뿐이다. 더불어 찾아 읽어야 할 작가들의 목록이 더 늘었다.

 

이 단편집의 문을 여는 작품은 대단한 두 작가의 합작품이다.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의 <야간 비행>이다. 코넬리의 보슈 시리즈가 최근에 잘 나오고 있지만 한때는 꼭 내어주었으면 하는 작가 일순위였다. 반면에 데니스 루헤인은 황금가지의 스타다. 이 출판사를 통해 그를 만났고 빠져들었다. 이 단편집 작가 중 유일하게 모든 출간작을 읽은 작가다. 그리고 이 두 작가의 주인공들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직업도 다르다. 보슈는 L.A 형사고, 켄지는 보스톤의 탐정이다. 이 작품의 무대는 보슈가 보스톤으로 온다는 설정이고,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나 사건을 해결한다. 솔직히 말해 두 주인공이 만나 반가웠지만 둘만의 매력이 충분히 발현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장편을 기대한 것 때문이 아닐까?

 

<야간 비행>을 제외하면 솔직히 두 작가를 모두 읽은 조합이 없다. 한쪽을 알면 다른 작가가 낯설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작품을 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둘 다 낯선 경우도 없지 않다. 이때는 순수하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지옥의 밤>과 <악마의 뼈>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옥의 밤>에서 보여준 반전과 섬뜩함은 취향에 잘 맞았다. 어쩌면 공포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물고 물리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수리공 잭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 나만의 것일까? <악마의 뼈>에서 오래된 액션의 한 흔적을 보았고 노인네라는 말에 발끈하는 말론의 모습이 정겨웠다.

 

<가스등>은 읽으면서 <트윈 픽스>의 향기를 느꼈다. <인 더 닉 오브 타임>에서는 현실적인 형사들의 모습이 보였고, <웃는 부처>는 이 시간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활약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한 것이다. 법정물인 <팬더를 찾아>는 왜 북한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반전에서 솔직히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 내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임과 프레이>는 낯익은 링컨 라임에 더 집중했지만 중편에 가까운 분량과 반전들이 이어지면서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두 주인공이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주 부드럽게 이어졌다.

 

<정차>에서 다시 만난 <사고>의 주인공 글렌 가버 이야기는 조금 잔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딸이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했다는 사실에서 말이다. 물론 멋진 활약을 딸 켈리가 다시 보여주었지만. <침묵의 사냥>에서 두 주인공이 협력하여 악당을 물리치는데 사실 조금 작위적으로 다가왔다. 세부 묘사가 생략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작품 <대단한 배려>는 작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재밌게 마무리한다. 보스톤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대결을 그 바탕에 깔고 풀어내는 박력있는 이야기는 대단히 남성적이다. 이 경기의 승자를 정하기 어려웠다는 말에 두 팀의 팬심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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