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힙합 세트 - 전2권 - 닥터드레에서 드레이크까지 아메리칸 힙합
힙합엘이 지음 / 휴먼카인드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2001년으로 기억한다. 이때 내가 처음으로 힙합 앨범을 샀다. 닥터 드레의 앨범이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후배에게 누구 것으로 시작하며 좋으냐고 물었고, 몇 장의 앨범을 소개받았다. 이 방식은 한때 헤비메탈을 알고 싶어 후배에게 묻고 사고 들었던 방식과 똑같다. 솔직히 그때 앨범을 몇 번 들었지만 잘 모르겠고 취향과도 맞지 않았다. 한국 가요에 한참 빠져 그 음악들 듣기도 시간이 빠듯한 시기였다. 이것은 그 후도 마찬가지다. 미국 음악보다 한국 가요를 더 열심히 들었다. 물론 너무 유명한 곳이야 제목을 몰라도 귀에 익숙하기는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에미넘의 <8마일>을 봤을 때도 영화와 음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샘플링과 피처링이 좋으면 귀에 감기지만 랩만으로 구성된 음악은 도저히 뭔 소리인지 몰라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국의 힙합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가사보다 멜로디를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것만 집중적으로 듣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듣다보니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를 음미한 적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많은 노래를 불렀는데도. 이런 음악 듣기 방식의 반대편 끝에 있는 장르가 힙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팟캐스트로 음악을 조금씩 듣기 시작했다. 물론 아주 조금이다. 가요보다 외국 음악 중심으로 선곡하는 곳이다. 나의 나쁜 음악 듣기 습관 중 하나는 가사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제목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지간하게 히트한 곡이 아니면 제목조차 기억 못한다. 앨범이나 히트곡 모음을 MP3로 듣다보니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이런 나에게 이 팟캐스트의 음악 제목들은 낯설었다. 그런데 듣다보면 아는 곳이 많다. 여기저기에서 들은 음악인데 제목이나 가수를 몰랐던 것이다. 이런 것을 조금이나마 고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앨범 몇 개를 구해 듣고 싶고, 유튜브로 검색해서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부제에서 ‘닥터 드레에서 드레이크까지’라고 말한다. 닥터 드레는 알아도 솔직히 드레이크는 잘 모른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음악가 중 대부분의 앨범을 듣지 않았다. 이름이 익숙한 음악가도 음악으로 알기보다 다른 매체에 가십 등을 통해 안 사람도 적지 않다. 어쩌면 나의 힙합 듣기는 에미넴, 50센트, 넬리까지인지 모른다. 웨스트니 이스트니 하는 것은 그 당시 전혀 몰랐고, 방송을 통해 듣던 가수를 기억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 후에 가끔 궁금해서 혹은 유명한 힙합 가수가 나오면 찾아보고 듣는 정도다. 뭐 지금도 이것은 변함이 없지만.

 

이 책은 나같은 사람에게 굉장히 불친절하다. 시대 순으로 잘 정리된 것도 아니고, 가수의 관계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설명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수의 이름을 들은 적 있지만 얼굴과 연결되지 않고, 앨범 목록도 가수도 색인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책을 읽다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데 하고 찾으려면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편집은 굉장히 아쉽다. 힙합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들을 나같은 문외한이 음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려면 이런 작업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검색의 일상화를 외치면서 ‘니들이 알아서 찾아 들어’라고 외치면 할 말이 없지만.

 

한 번 휙 읽고 지나간 탓인지 아직 아메리칸 힙합의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동부니 서부니 남부니 하는 구분이 될 리도 없고, 읽을 때마다 극찬한 앨범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들은 후 다시 그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앨범의 소개가 많다는 부분에서는 한동안 즐거움을 줄 것 같다. 이전에 사놓은 앨범을 찾아서 듣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직 듣지 못한 앨범은 구글링을 통해 듣는다면 힙합에 대한 작은 감이나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주로 2000년 이후 힙합을 다룬다고 하지만 수많은 음악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은 분량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그 음악가들이 한국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국 힙합에 대한 글을 읽다가 한국 힙합에 대해 정리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홍보를 위해 나온 타블로나 최자 등의 글이 가슴 깊이 와 닿지는 않지만 선택할 때는 도움을 줄 것 같다. 나도 솔깃한 사람이다. 온라인에 쓴 글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을 들이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만 힙합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명작이라고 불리는 몇 개의 앨범을 듣고 난 후 나의 힙합 이해가 얼마나 깊어질지 알 수 없지만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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