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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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 중 겹치거나 마음에 흡족하지 못한 글을 가려낸 후 묶은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받고 펼쳤을 때만 해도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착각이었다. 작가의 소설을 딱 한 편 읽었는데 그때도 상당히 힘겹게 읽은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문장이 나의 호흡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쓴 순우리말이 낯설어 몇몇 단어는 사전 검색을 해야만 했다. 나쁘게 말하면 나의 단어 실력이 부족한 것이고, 좋게 말하면 덕분에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랄까.

 

한 편의 칼럼이 원고지 4,5매 분량이라 글을 쓴 작가는 힘들지 모르지만 읽는 독자는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실제 글을 쓰다보면 분량이 적은 글이 더 어려울 때가 많다. 긴 글을 한 번 풀리면 단숨에 쓸 수 있지만 짧은 글은 핵심을 잘 뽑아내고 분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을 때는 둘 다 어렵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분량 조절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한 장의 품의서 안에 핵심만 추려서 넣어야 하는데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작가의 말을 떠올리면 이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월급쟁이 회사원인 모양이다.

 

4부로 나누어진 글들의 목차를 보면서 아련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랐고, 재밌고 즐겁게 빨리 읽자고 생각했다. 어떤 글은 집중이 잘 되어 빨리 읽었고, 어떤 글은 쉽지 않았다. 작가의 문체는 호흡이 짧지 않다. 이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면 빨리 읽은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간다. 작가의 글 중에서도 나온 느리게 읽기가 필수적이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나보다 어린 작가의 글이 더 웃어른처럼 다가온다. 내가 자라면서 시골 할아버지집에 가서도 제대로 겪지 못한 일들이, 옛날 작가들의 글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과 삶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개발 및 발전 속도가 달라서 그런 것일까? 도시에서 자란 탓인지, 나의 기억이 잘못되어 있는 탓인지 모르지만 언젠가 한 번쯤 깊이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가의 글은 솔직하다. 아니 솔직하다고 느낀다. 나의 기준에서 보면 참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보일러 수리비 만 원을 청구하는 것을 보면 그의 곤궁함이 느껴지고, 더 적은 돈으로 살아야 하는 환경을 봤을 때는 예전 옥탑방 친구방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었지만 몇 년을 그곳에서 살아야 했던 친구의 힘겨움이 지금에 와서야 가슴 깊이 다가온 것을 보면 내가 편하게 산 것 같다. 학창시절 공부하지 않은 것이야 똑같지만 등록금을 아끼기 위해 전학점 F를 요청하고 받아 환불을 요청하는 에피소드는 황당하면서도 가슴 한 곳이 아렸다. 이렇게 생활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가슴에 쉽게 잘 와 닿았다.

 

시간 순으로 나열한 글이 아니라 글 내용만 가지고 그 시대의 풍경이나 사건을 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문에 연재한 기간과 글을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건도 적지 않다. 이런 글들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시각은 단편적인 모습 너머로 한 발 더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 내가 너무 단순하고 쉽게 그 사건을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의 글을 불편해하고 그 이면에 깔린 제국주의를 경계하는 글을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주제 사라마구의 글은 그냥 피상적으로 알던 그의 삶을 더 생각해볼 필요를 느꼈다. 그 외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그를 흔들고 깨우고 나아가게 만들었는지 보면서 나의 삶을 아주 잠깐 돌아보게 되었다.

 

단순히 과거의 추억과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자기 삶을 토로하는데 그쳤지 않고 풍자까지 다루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이때는 더 집중해야 한다. 조금만 집중을 흐려도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의 고마움을 시간이 흐른 뒤 깨닫게 된다는 기본을 몇 번이나 다룰 때는 나도 뜨끔했다. 얼마나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막대했던 순간이 많았던가. 끝으로 사투리를 다룬 글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일일 것이다. 이것을 둘러싼 양극화는 누구나 한번은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아이들이 지방에 가는 친구들에게 시골에 가냐?. 묻는 것에서 이것은 더 분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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