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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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랜만에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었다. <공중그네>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읽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손이 가질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을 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읽지 않고 단지 쌓아두었을 뿐이다. 그의 책이 나오면 언제나 관심을 가진다. 서스펜스부터 유머까지 멋지고 재밌게 아우르는 작가가 그렇게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그의 이전 작품이 재간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2014년 신작이다. 그래서 더 반가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 소설에 나오는 두 여주인공이 나를 사로잡았다. 광고처럼 이 여자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구성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두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처음은 나오미, 그 다음은 가나코다. 이 둘은 동창이다. 가나코가 결혼한 후에도 가끔 만나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오미는 백화점 외판직원이고, 가나코는 은행원인 남편과 결혼한 후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나오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그 다음은 가나코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시선만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이어진다. 처음 나오미의 이야기를 읽을 때 혹시 가나코의 이야기 속에서 반전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의문은 가나코의 이야기가 시작하면서 단숨에 사라졌다. 그리고 더 긴장되고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나오미는 큐레이트 자격을 가졌고 이 일을 하길 바랐다. 현재는 백화점 외판부 직원이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중국 화교들을 대상으로 외판 활동을 한다. 고가의 상품들을 진열해놓고 팔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시계에 관심을 둔다. 300만 엔의 고가 시계다. 비싸다며 아쉬워한다. 성공적인 외판을 끝낸 후 정리를 하는데 그 시계가 없다. 어수선한 와중에 사라진 것이다. 나오미는 그 여자가 가져갔다고 생각하지만 증거가 없다. 경찰에 신고했는데 전당포에 그 여자가 맡기려는 것이 찍혔다. 그냥 신고한 후 잡으면 되지만 중국 화교의 큰손이 연결되어 있어 백화점은 신중하게 접근한다. 약간 밋밋하고 평이하다고 생각했던 전개에 긴장감이 생긴다. 바로 이 시계를 훔친 아케미와 나오미의 대결 때문이다.

 

어느 날 나오미는 연락도 없이 가나코를 찾아간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녀가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열린 문 사이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남편 다쓰로가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충격이다. 어릴 때 나오미의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실수로 한 번 휘두른 것이 아니라 악의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 폭력이 얼마나 가혹하고 지속적인지 알고 있는 나오미는 경찰에 신고하고 이혼하길 바란다. 하지만 가나코는 이것이 알려질 경우 일어난 다른 피해를 먼저 걱정한다. 매 맞는 아내들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또 다른 이유인 나오미 엄마의 경우는 경제력과 친구들 때문이다. 나오미는 무심코 말하다. ‘네 남편을 죽이자고’.

 

나오미의 이야기는 가나코의 남편을 죽이기 위한 계획과 외판 활동 중 일어난 아케미와의 대립을 두 축으로 놓고 진행한다. 자신의 과거 경험이 친구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아주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분이 완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어떻게 하든지 이혼이나 신고가 우선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쓰로와 똑같이 생긴 중국인 린류키의 등장으로 이 계획은 점점 구체화된다. 살인이란 끔찍한 단어대신 제거란 영어 단어 클리어런스를 사용해 자신의 감정을 속인다. 이 부분을 보면서 매춘이란 단어를 원조교제라고 바꿔 부르는 일본의 모습이 떠올랐다. 단어로 본질을 속이려는 얕은 속셈이다. 그리고 그 계획은 아마추어적으로 차분히 진행된다. 왜 아마추어적이냐고? 그 이유는 가나코 이야기에서 잘 드러난다.

 

가나코 이야기는 남편이 사라진 후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과 대응을 다룬다. 시댁은 놀라고 의문을 품고, 회사는 그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 일을 덮으려고 한다.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한 두 여자는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시누이 요코가 흥신소를 고용하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그녀들의 계획에 허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감시사회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데 그녀들은 이것을 놓친 것이다. 가나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계속 궁금하게 만들었다. 미숙한 그녀들의 실수가 드러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복잡한 구성도 아니고, 끔찍한 연쇄살인이나 참혹한 살인현장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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