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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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면 늘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으로 나누어진다. 읽은 책을 세어 보니 딱 여섯 권이다. 물론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몇 권 보인다. 읽고 싶은 책은 아주 많다. 사놓았는데 읽고 싶은 책이면 시간을 내면 되지만 사지 않은 읽고 싶은 책들은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늘 이런 책들은 장바구니나 위시리스트에 담아 놓는다. 나의 책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읽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서민이 나에게 익숙해진 것은 역시 MBC 방송 <베란다쇼> 때문이다. 아주 가끔 보면서 재미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력을 보니 이전에 사놓은 기생충 관련 책의 저자다. 그때부터 서민은 나에게 친숙해졌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대학교수라는 것도 몰랐다. 알라딘에 자주 서평을 올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단순히 외모만 보고 그를 판단한 나의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끔 본 방송에서 그는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는 했다. 쉬운 일이 아닌데 아주 멋지게 망가졌다. 이때의 인상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었다.

 

책 선택은 출판사와 목차에 나온 책들과 책에 대한 책이란 것 때문이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참고해서 책을 사거나 글을 쓰곤 한다. 예전에는 고인이 된 물만두 님의 글을 많이 참고했다. 인터넷 서점에 나 자신도 자주 서평을 올리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잘 몰랐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과 비교하면 지금도 글 쓰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 요즘은 글이 조금 늘어진다고 느낀다. 이전처럼 충분한 시간이 없다 보니 날림도 상당하다. 나의 생각을 더 많이 넣으려고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서민은 이 서평집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아주 잘 녹여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용감하다. 그가 대학교수에 방송인임을 생각하면 더욱 더.

 

이 책에 나온 서평 방식이 글쓰기의 전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울 점이 많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서민이 삶의 일부를 녹여낸 에세이다. 그가 살아온 길, 삶의 철학, 정치 색깔, 착각, 오해 등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글은 책에 대한 것보다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을 것 같은 책을 서평 책과 연결시켜 새롭고 색다르게 분석하고 해석하는 부분은 아주 흥미로웠다. 개인사가 많이 나와 서민이란 인간을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평소에 쓰는 서평에 비해 너무 길이 길어 이런 방식은 조금 힘들 것 같기는 하다.

 

책을 추천한 사람들이 그가 같이 방송을 한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 이들의 말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정혜윤이 아니었다면 반도 아니었을 것이다. 첫 책의 서평을 읽으면서 그의 내공을 확인했고, 그의 글은 이전에 읽었던 장정일의 독서일기와 다른 방식으로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을 늘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의 서평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의 인식을 넓히고, 특정인물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물론 그의 글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책이지만 살아온 방식이나 철학 등에 의해 다른 부분을 더 부각해서 생각하고 중점적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하나를 예로 든다면 <제노사이드>에서 내가 본 것은 ‘작가의 던진 문제의식’인데 그는 ‘의사의 융통성 없음’에 더 집중한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더 풍성하게 책을 이해하게 만든다. 서민의 알라딘 서재를 언젠가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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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5-05-2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