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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로 이어지는 오슬로 삼부작의 완결편이다. 전편에서 해리가 느낀 아픔과 절망과 악몽이 이번 편에서 해결된다. 그리고 새로운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그 시작은 희생자의 피가 아랫집의 음식에 흘러들어가면서부터다. 보통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것인데 아래층의 남자는 단숨에 알아챈다. 경찰에 신고하고, 이 신고를 받은 강력반 반장 묄레르는 고민한다. 무더운 7월 대부분의 형사들이 휴가를 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두 명을 보낸다. 바로 해리 홀레와 그의 숙적 톰 볼레르다. 술에 절어 있던 해리는 늦게 현장에 등장하지만 변하지 않은 직관을 순간적으로 발휘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톰 볼레르에 의해 죽은 동료의 악몽이 그를 더 술에 빠지게 한다. 증인을 찾았지만 번복하고 사라진 상태가 되면서 절망감에 빠진다. 술은 도피처다. 형사지만 제대로 일하지 않은지 오래다. 아마 휴가철이 아니었다면 그를 호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일탈과 자기 파괴적인 행동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산 반장조차도 해고를 고민할 정도다. 형사를 그만두려고 하지만 그의 본능은 그 사건을 주목한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여자가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사라진 것이 불과 몇 시간이지만 남편은 불안감에 신고한 것이다. 가까운 가게에 간 아내였기 때문이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살해당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손가락 중 하나가 잘렸고, 빨간 다이아몬드가 놓여 있다. 살해한 총기도 같이. 하나의 희생자로 이것이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실종된 여자의 손가락이 발견되면서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 번째 희생자가 사무실 화장실에서 죽을 때 이것은 더 분명해진다. 하지만 아직 형사들이 아무 것도 발견한 것이 없다. 희생자들의 공통된 모습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 중에서 실종된 여인의 경우는 시체조차 찾을 수 없다. 여기서 심리학자가 나와서 간략하게 연쇄살인범에 대한 설명을 한다. 많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읽었던 부분이라 그렇게 낯설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것이다. 이 범인을 찾기 위해 해리와 톰은 협력한다. 해리는 무의식의 세계로 잠수해서 하나의 패턴을 찾아낸다. 이것이 하나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다음 사건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범인은 경찰보다 늘 앞서있다. 그의 살인이 계속되지 않으면 실수의 가능성도 줄어들고, 살인의 동기도 찾을 수 없다. ‘어떻게 죽였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왜?’ 다. 무차별살인이 아닌 이상 어떤 법칙에 따라 누군가를 죽일 때는 항상 이유가 있다. 그런데 형사들은 이것을 제대로 짐작하지 못한다. 독자도 작가가 살짝 끼워 넣은 에피소드 때문에 착각한다. 하지만 이 착각이 단순히 아무 의미없는 설정은 아니다.
해리는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경찰을 그만두려고 한다. 이때 톰이 그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자신의 패거리가 되라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워 해리를 유혹한다. 악당 프린스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해리는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둘은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먼저 최선을 다한다. 톰의 열정에 해리는 잠시 그의 좋은 모습을 보고 놀란다. 그가 저지른 행동이 나쁘지만 범죄자를 잡는 행동에는 대단한 열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톰과 해리의 긴장된 대결을 볼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시리즈가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악과 법의 한계를 보여줬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파괴되었지만 회색 뇌세포는 술을 끊은 며칠 동안 빠르게 돌아간다. 한 명의 용의자가 체포된 후 벌어지는 전개는 사실 이 소설의 백미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두 개의 사건을 해결할 활동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용의자의 단서와 새롭게 드러난 증거 자료를 재해석하면서 진범에게 점점 다가간다. 그리고 부패 경찰의 포위망과 압력도 더 강해진다. 그렇게 드러난 진실은 이미 해리가 말한 것에 나왔었다. 바로 그것은 왜?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이 설정과 구성이 약간 낯익은 부분이 많지만 그것을 톰과의 대결과 빠른 전개와 해리의 내면을 엮으면서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언제 시간이 나면 시리즈 첫 권부터 읽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