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집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2
백희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장르 구분을 보면 에세이로 되어 있다. 읽을 때 단 한 번도 이 책이 에세이로 다가오지 않았다. 분명히 소설로 읽었는데 도서 분류는 에세이다. 저자 소개를 보면 ‘팩트에 약간의 허구를 덧붙여 팩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팩션이면 소설로 분류되는데 왜 출판사는 에세이로 분류했을까? 그리고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집에 대한 묘사와 설명이 실재한다고 했을 때 정말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집이란 것을 이렇게 환상적으로 풀어낸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루미에르는 부동산중개인에게 어려운 요청을 한다. 시떼 섬에서 5만 유로짜리 집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말도 되지 않게 싼 가격이다. 그런데 갑자기 중개인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거의 기대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본 집은 먼지가 뽀얗게 쌓였지만 아주 큰 집이다. 결코 자신이 요청한 금액에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원래 주인인 피터 씨의 대리인이 와서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집이란 게 뭔가요?” 사실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싼 가격에 집을 사려는 루미에르는 건축가다. 집을 산 후 자신의 손으로 집을 수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시떼 섬의 저택은 아주 매력적인 집이다. 그런데 이 집주인이 팔기 전에 하나의 질문을 먼저 던지고, 그 다음에는 자신을 찾아와서 만나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스위스 왈쳐요양병원에 있다. 기차표와 여행경비가 그에게 오고, 그는 급하게 그곳을 향해 떠난다. 기차역에 내렸지만 그곳으로 가는 차는 없다. 운 좋게 그곳에 빵을 제공하는 차를 타고 가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요양병원에 도착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의 예상을 빗나가는 모습에 놀란다. 이제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왈쳐요양병원에서 머물면서 이 병원의 설계와 구조에 놀란다. 건축가인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구조에 감탄한다. 바람의 길과 빛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모습은 시각, 촉각, 후각 모두를 즐기게 만들었다. 피터 씨의 건강이 좋지 않아 바로 만나지 못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는 이 병원의 구조를 하나씩 조사하고 그 의미를 상상하고 때로는 느낀다. 그리고 다시 그에게 두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병원의 진짜 이름은 ‘4월 15일의 비밀’이다. 이제 주인공은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단서는 바로 이 집들이다.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집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살벌하지 않지만 긴장감을 불어넣고 감동을 가져온다.

 

책을 읽은 후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집을 생각해본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 적지 않다. 주택도 있다. 그런데 기억은 언제나 주택이 먼저다. 넓지도 좋지도 않았던 그 주택의 방 한 칸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마도 그곳에 더 많은 추억과 사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집을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나와 나 이전과 이후에 살 사람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흔적이 추억으로 남아 집을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든다. 늘 새로운 것만 찾고 자산 가치로만 생각하는 우리의 셈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시각이다. 그래서 저자가 풀어내는 비밀 하나 하나가 찐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곳에 산 가족들의 영혼을 담은 집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산 가치 이상이 그곳에 담겨 있다. 

 

기술적으로 책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표지부터 그렇다. 편지를 단순히 색만 달리한 것이 아니라 명도로 달리해서 약간 불편해도 집중하게 만든다. 예전에 <마천루>를 읽고 건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책은 더 감상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4월 15일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세심한 배려와 장치들은 건축의 가장 기본을 생각하게 만든다. 찍어내는 듯이 만들어지는 집들에 익숙하고, 살기 보다는 팔 것을 더 신경쓰는 요즘 이 책 속의 집은 잊고 있던 집 본연의 모습과 기능을 잘 보여준다. 멋진 이야기에, 멋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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