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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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이 신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대부분은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요즘 종교계의 부패와 부조리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신이 현실에 재림해도 그를 부정하거나 죽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와 그 의미를 묻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무겁게 다루지 않고 빠르고 경쾌하게 풀어내었다. 가독성이 좋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심리 치료사 야콥은 이혼한 후 지리멸렬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전부인 엘렌은 유산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가 살고 는 집이나 치료소도 아내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전처가 그를 방문한다. 현재 남편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왔다. 둘이 이야기를 하는데 벨이 울린다. 문을 연다. 권투선수였던 전처의 남편이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정신을 잃는다. 병원으로 이송된다. 그리고 병원에서 야콥은 자신을 ‘신’이라고 부르는 아벨 바우만을 만난다. 아벨은 야콥이 심리 치료사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치료를 의뢰한다. 100유로를 현금으로 주고 카페에서 상담을 하려고 한다. 그때 다친 코를 웨이트리스가 살짝 치고 간다. 다시 정신을 잃는다.

 

다시 정신을 차린 그를 맞이한 것은 엄마와 동생이다. 동생은 성공한 금융가고, 엄마는 늘 동생과 형을 비교한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유명한 심리 치료사였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성공적이지 않다. 그가 바라는 것은 쉬는 것이다. 이때 아벨이 그를 독실로 옮겨준다. 의사인 척하고. 이 시도는 간호사에게 들키고 야콥은 아벨의 과거 이력을 듣게 된다. 그가 사칭한 이력은 다양하다. 의사, 비행사, 판사, 건축가 등 필요에 따라 바뀐다. 스스로를 신이라고 말하는 그가 보여준 것이 너무 사기꾼 같다. 그렇지만 야곱은 아벨의 심리 치료사란 것을 내세우고 이때부터 둘은 연결된다.

 

아벨이 자신을 신이라고 부를 때 야콥은 신이라면 할 수 있는 초자연적인 기적을 보길 바란다. 하지만 아벨이 보여준 것은 트릭 같은 것들이다. 신혼부부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야콥의 빈 커피를 채워주는 정도다. 마술사들이면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술이다. 하지만 야콥은 신의 고민을 들어준다. 그 고민은 바로 현대 종교가 지닌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점점 사람들의 믿음이 사라지면서 신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신의 존재를 다르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란 볼테르처럼 말할 수도 있다.

 

신의 존재를 묻기 위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유명인의 잠언을 많이 인용하다. 그 중 하나가 아인슈타인의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 같은 말이다. 하지만 소설 속 아벨은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번다. 앞에 인용된 볼테르의 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왜 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당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가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직업을 사칭했던 과거를 말하면서 말이다. 그 답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그런 힘이 없다고. 전지전능한 신이 사라진 자리에 인간보다 조금 더 뛰어난 신이 자리 잡는다. 그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은 그를 믿는 사람에게는 큰 이적이겠지만 그를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과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이런 사례를 몇 번씩 다루면서 신과 삶에 대해 묻는다.

 

독일에서 나왔기 때문일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수백만 명을 희생시키는 신이 과연 인간에게 필요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야콥이 바라는 바를 보여주기 위해 요청한 이적에는 이런 희생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치의 아우슈비츠 학살을 겪은 유대인 등이 과연 신이 존재하는가? 하고 의문을 품었던 것과 연결된다. 야콥이 요청한 신의 증명이 희생이라면 그 희생이 그 존재의 부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역설이 동시에 펼쳐진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백미는 영화 <멋진 인생>의 설정을 빌린 야콥이 없었더라면 일어났을 평행우주의 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설정은 소설 속 사람들의 현재 삶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유머와 철학적 질문을 적절하게 던지면서 재미까지 잡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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