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한때 그녀의 소설이 많이 나왔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인기 있을 때였을 것이다. 그 당시 나에게 그녀의 소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후 겨우 한 권 정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예상한 것 보다 좋았다. 절판된 책들을 헌책방에서 몇 권 더 구해놓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혹시 재간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출간연도를 확인하니 2011년이다.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한때 인기 있었던 작가의 신작을 십 수 년이 지난 후 만날 때면 가끔 이런 마음이 생긴다. 왜일까?

 

세례명 마테오. 그가 알 수 없는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아내에게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행복과 절망과 추악함과 그리움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맹인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의 에피소드, 학창시절의 종교 교육까지 성장기의 그는 약간 독특하지만 다른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노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들 다비데를 낳았다. 이때까지 그의 삶은 행복했다. 조그만 충돌이 있었지만 보통의 부부보다 적은 것이다. 아내는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이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으면서 악몽처럼 다가오고 그를 나락을 떨어트린다.

 

가장 행복했던 그를 파괴한 것은 그녀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말한다. 자동차의 결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살할 이유도 없다. 타인들은 추측만 말할 뿐이다. 이 말들이 그를 더 황폐하게 만든다. 그가 무너진 것을 본 어머니도 죽어간다. 죽음이 이어지지만 그의 삶은 나락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도 자신의 내면에 깊숙이 뿌리박힌 아내와 아들의 죽음이 그녀들을 밀어낸다. 아버지의 표현에 따르면 천사 같은 여자가 나타나도 그는 의심하고 죄의식에 밀어내고 도망간다. 이 세월들을 죽은 아내에게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조용히 말한다.

 

아내의 죽음과 부모의 죽음이 이어진 후 그는 방황한다. 그러다 한 어머니의 사연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 산 속 어딘가에 정착한다. 유망한 심장전문의였던 과거는 이제 사라지고 조용한 산속에서 자신의 내면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죽은 아내에게 쓴 편지들은 바로 이 여행의 산물이다. 그가 신에게,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들이다. 십오 년 동안 머물면서 그는 내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고 마음의 고요함을 찾았다. 이런 그의 삶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차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마도 나의 삶들이 조금은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이 잃은 것을 쫓아다녔다. 자신에게 없는 것에 집중했다. 중요한 것은 그 잃어버린 것이 일상의 나날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의 시간을, 부모님과의 시간을 계속해서 추억하고 복기한다. 이것은 그를 깊은 수렁으로 빠트리고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방황은 이어진다. 직업도 새롭게 행운처럼 다가온 사랑도 모두 잃어버린다. 이런 사연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와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말하고 간다. 그의 집착이 단순히 과거 속에서 그날들을 재생하는 것을 멈출 때 알 수 없던 죽음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그리고 행운의 유산이 찾아온다. 잔잔한 감동이 조금씩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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