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잠실하면 나에게는 잠실운동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제는 싱크홀로 유명해진 잠실 롯데도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은 이 소설의 공간이 되는 엘스 등의 아파트 단지다. 그들은 모두 전세로 살고 있다. 친구는 이제 그곳을 떠나 다른 잠실로 이사갔다. 소설 속에서 4억을 경계로 한 무리가 이사갔다고 했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을 통해 얻은 정보를 보면 초기 사람들이 떠나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이미 그곳도 7년 정도 지났으니 그때 초등학생 고학년이라면 대학에 들어갔을 나이다. 이 시기가 소위 말하는 물갈이 시기다. 물론 소설은 이 물갈이를 대상으로 쓴 것은 아니다.

 

처음 목차를 읽었을 때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이름이 나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이야기에서 대학생 이서영의 출생연도가 나오고, 그녀가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준다. 바로 매춘이다. 일본에서 매춘을 숨기기 위해 돌려 만든 용어가 원조교제다. 학구열에 불타지만 집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알바로는 충분한 돈을 벌 수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춘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녀를 산 남자 지환아빠 허인규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회사 내의 권력 다툼과 아내와의 냉담한 관계 등이 나온다. 이제 관계는 다시 그의 아내이자 지환엄마인 박수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이 소설은 한 명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구성이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다른 줄 알았다. 인맥의 파도타기를 통해 잠실동 사람들의 모습을 퍼즐처럼 이어갈 줄 알았다. 이 짐작은 일부분만 맞다. 단순히 몇 사람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고, 잠실이란 공간 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계층의 시선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서영이나 어학원 상담원 지윤서, 파견 도우미 최선화, 학습지 교사 차현진 등을 통해 도시 하층민의 삶을 보여준다면 지환엄마 박수정. 해성엄마 장유미, 태민엄마 심지현 등을 통해 중산층의 뒤틀린 강남 엄마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실제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이 엄마들의 이야기 속에 있다. 이들과 이들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많은 부분 알고 있던 것이지만 읽고 있다 보면 씁쓸함이 강하게 다가온다.

 

하나의 공간이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을 중첩적으로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한국적 욕망의 대상인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잠실 엘스 등의 아파트 주민들, 그중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엄마들이 그 욕망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자녀들에게 투사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자식들을 위한다는 마음 뒤에 감춰진 강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 불안감은 자기 자식이 다른 집보다 조금만 성적이 좋으면 우월감과 안도감을 느끼고, 뒤떨어지면 불안감 때문에 더 많은 학습으로 애들을 내몬다. 엄마들이 직접 가르치고 놀아주기보다 돈으로 불안감을 지우려고 한다. 경훈엄마의 이야기는 이 뒤틀린 연대 속에서 하나의 일탈처럼 다가오지만 올바른 이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준다.

 

엄마들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열정을 바칠 때 그 아빠들은 어디에 있을까? 처음에 지환아빠 허인규가 잠시 나오고, 중간에 해성아빠 고성민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그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엄마들의 열정에 휘둘린 것인지, 아니면 흔한 말로 그들의 무관심이 아이들의 성적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좋은 회사의 팀장도, 판사출신 변호사도 그 돈벌이가 다른 집보다 못하면 두 집안의 비교 속에서 아쉬움과 불만만 가득할 뿐이다.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 한계가 없는데 이 소설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상당히 반전처럼 펼쳐진다.

 

초등학교 교사 김미화를 두고 벌어진 등교거부는 예전에 언론에서 다루어진 문제인데 이를 둘러싼 각자의 심리묘사가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주동자가 갑자기 된 엄마들의 심리가 약한 것이 특히 그렇다. 실제 그럴 수도 있지만 최악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보니 왠지 모르게 공감하지 못한다. 학원 원장들의 불안감에 휘둘리는 그들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파국까지 몰고 갈 정도라면 더 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외 교사 김승필을 그들이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생각하면 더욱더. 강남엄마를 열망하는 잠실엄마들의 불안과 허세를 미묘한 심리묘사를 통해 잘 표현했는데 그들의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그곳을 열망하는 수많은 주변사람들이 떠올라 나의 얼굴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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