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술사들
오은영 지음 / 북산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텔레비전에서 한두 번 정도는 봤을 마술사 오은영 씨가 이 책의 저자다. 처음에는 번역서로 착각했다. 한국에서 마술에 대한 책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고 대중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 등이 되면 마술사들이 나와서 놀라운 기술을 보여준다. 그 방송을 가끔 볼 때면 마술보다 거기에 참석한 패널들의 과장된 반응과 호들갑 때문에 금방 채널을 돌린다. 호기심을 가지고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할까 상상할 시간을 그들이 빼앗아 가면서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마술사가 몇 되지 않는다. 너무 유명해진 두세 명 정도가 전부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도 역시 목차에 나오는 몇 명의 마술사가 큰 역할을 했다. 실제는 예상과 다른 소개글에 머무는 정도지만.

 

호모매지쿠스. 이 용어는 작가가 만들어낸 조어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삶과 밀착해 온 마술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서문에서 이 책이 마술사에 대한 연대기나 다양한 마술의 원리를 풀어내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가가 바란 것은 그림을 통해 보는 마술적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마술과 과학, 마술과 식민주의, 마술과 여자, 마술쇼 등으로 펼쳐진다.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 그림이 이용된다. 개인적으로 놀랐던 부분은 역시 마술과 식민주의 부분이다. 깊은 곳까지 이 부분을 파고들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식민지 지배를 위해 어떤 식으로 마술을 이용했는지 보여줄 때 놀랐다.

 

흥미로운 첫 주제는 예수 탄생에 꼭 등장하는 동방박사가 마술사였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라고도 말한다. 주술사 등이 한 부족에서 가지는 지위를 생각하고, 하늘의 별자리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었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무지가 어떤 현상을 신비롭게 바라보고 환상을 품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가 마술을 즐기는 것도 바로 이런 신비롭고 신기한 현상에 호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이런 마술에 색을 칠한다. 흔히 말하는 흑마술이 그 대상이다. 여기에 과학이 더해지면 또 다른 마술로 발전하게 된다. 판타스마고리아와 체스를 두는 자동인형이 대표적인 것이다.

 

여자와 관련해서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녀 사냥이다. 중세의 기독교 중심적 세계관에서 마녀와 악마는 불가분의 관계였다고 말한다. 역사 속 마녀 재판의 몇 가지 예를 보면 어떻게 저런 말도 되지 않는 재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벌어진 몇 가지 사기 사건은 현대 마술에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모자에서 토끼를 끄집어내는 것이나 심령술에 관한 것들이 그렇다. 특히 심령술을 이야기할 때면 나오는 아서 코난 도일의 예는 그가 창조한 명탐정 홈즈와 너무 차이가 있어 순간적으로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 장에서 현대 탈출마술의 대가인 후디니에 대한 소개가 간단하게 나온다.

 

근대와 현대 마술사에 대한 소개는 저자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술 이야기에 덧붙여졌다. 낯익은 이름은 사실 몇 명 없다. 다른 책에서 자주 만난 후디니나 최근에 텔레비전에서 거대한 마술을 보여줬던 데이비드 카프필드(이 책에서 소개되지는 않았다)를 제외하면 정말 낯설다. 물론 한두 번 정도 다른 곳에서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준 마술은 대중적이다. 대가들이 남겨 놓은 유산을 현대 마술사들이 멋지게 재현한 것이다. 야바위도 일종의 마술이란 설명이 나올 때는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눈보다 빠른 손에 대한 카드마술은 빤히 보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마술이다.

 

솔직히 내용의 깊이나 재미는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그림이란 도구를 사용해서 마술을 설명한 것이다. 근현대 마술사들을 설명하면서 마술의 발전이 어떻게 되어 왔는지 알려줄 때는 백과사전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 무심코 쳐다본 미술 속에서 마술을 찾아내 설명해줄 때는 이 해석이 아주 새롭게 와 닿았다. 이 책의 두 성과를 꼽자면 바로 미술 속 마술과 마술사들에 대한 소개글일 것이다. 이것은 또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마술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