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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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의 단편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가장 최근이 아마도 <아이, 로봇>일 것이다. 그 이전은 <골드>로 기억한다. 엄청난 다작을 쓴 작가임에도 번역된 책들이 많지 않다. 그 유명한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최근에 재간되어 나온 것을 제외하면 다른 시리즈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나온 것도 절판이 대부분이다. 한참 SF소설을 모을 때 눈에 띄면 샀던 작가 중 한 명이 아시모프다. 그가 쓴 과학책도 한두 권 정도 집에 굴러다닐 것이다. 정말 광범위한 작품을 내놓았다. 거의 20년 전 SF소설이 쏟아져 나왔던 그 시절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절판본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온 것이 무지 반갑다.

 

이 단편집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머리말에 나온다.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다. 아자젤이 등장하는 몇 편의 단편이 더 있는데 다른 단편집에 실려 있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책에도 있으니 언제 시간이 되면 찾아 읽어야겠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단편집에 실린 열여덟 편의 단편들이 충분히 매력 있다. 특별하거나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와 반전으로 가끔은 안타까움을 주기도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반전 혹은 예정된 결말로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작가와 조지 사이에 벌어지는 조그마한 말다툼과 밥값과 팁을 둘러싼 해프닝은 매번 되는 반복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각 단편의 기본 구성은 간단하다. 작가와 조지가 만나고, 조지가 작가를 경멸이나 다른 감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조지가 이 이야기와 관련된 한 인물을 말한다. 이때 조지가 한 말이 단편 속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 속에는 항상 아자젤이라는 2센티미터의 작은 악마가 등장한다. 아자젤은 조지가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는데 문제는 이 소원이 너무 기계적이고 단순하다. 처음 조지와 그의 지인들이 바라는 바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 단편의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보면 빤한 것인데 상당히 유쾌하고 즐겁다.

 

조지가 아자젤을 소환할 때 아자젤은 여러 가지 불만을 말한다. 이 단편의 단순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는 도입부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조지가 요청하는 소원의 종류도 너무 다양하다. 농구 선수는 최고의 골잡이가 되길 바라고, 여성 성악가는 최고의 노래를 부르게 만들고, 사랑하는 남편이 가진 최고의 표정을 사진으로 가지고, 모든 여성을 매혹시키는 향기를 내품는다. 반중력의 능력을 갖는 인물도 생기고, 피그말리온의 전설을 현실로 만드는 여성도 있다. 술에 약한 여자를 강한 술에도 끄떡없게 만들고, 제 눈의 안경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외모를 바꾸는 여자가 있고, 싸움에서지지 않기 위해 상대방에게 붙잡히지 않는 능력을 가지는 대학생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능력이나 변신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조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은 왠지 공감대가 많이 생긴다. 바로 <글 쓸 시간>에 나오는 모르데카이다. 조지가 술과 밥을 얻어먹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작가이기도 하다. 늘 글 쓸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거린다. 불만을 말한다. 조지가 아자젤을 불러 그가 기다렸던 시간을 없애버린다. 원하기만 하면 웨이트도, 택시도, 버스도 바로 도착한다. 글 쓸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글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시간을 빼앗긴 것이다. 대기 시간이 사라지면서 생각할 시간도 같이 사라지면서 글 쓸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시간들이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뭐 작가가 이것을 노리고 쓴 소설은 아니겠지만 짜투리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겹쳐 더 강하게 다가왔다.

 

각 단편들이 시작하는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 그렇게 지겹지 않다. 작가 자신이 조지를 통해 자신의 감상을 그대로 토해내는 듯한 부분도 많아 재미있었다. 작은 악마 아자젤이 조지의 소환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이를 무마하는 조지의 말솜씨는 또 다른 재미다. 이야기가 끝난 후 조지와 작가가 보여주는 약간은 신경전은 어느 순간 하나의 예식처럼 다가온다. 책 표지에 나온 것처럼 아자젤이 조지가 원하는 것을 시키는 그대로 적용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웃기고 섬뜩하고 유쾌하고 안타깝고 재미있다. 이 다양한 감정들이 이 단편들에 녹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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