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박정일 옮김 / 해나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때문인지 앨런 튜링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다. 비슷한 제목으로 몇 권이 나왔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앨런 튜링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짧은 전기라는 소개가 시선을 끌었다. 실제 분량도 150쪽이 되지 않는다. 원서의 분량은 80쪽 정도인 모양이다. 일반적인 전기를 생각하고 가볍게 달려들었다. 그러다 정말 큰코다쳤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몇 쪽을 읽지 않아 그냥 날아갔다. 전기보다 오히려 튜링의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요약 논문집에 더 가깝다. 거기에 번역도 기계적이다보니 몇 번을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나의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문장이 너무 딱딱하다. 아니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옮긴이의 이력과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 왜 이런 번역이 나온 것일까? 의문이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인지 아니면 교정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인지.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인공지능의 선구자라는 글은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 해도 솔깃해진다. 물론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이것이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기 에니그마를 해독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기대한 것도 바로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다루는 것이었다. 그의 성장기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동성애자였던 그의 삶 일부도 함께.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그냥 살짝 지나가는 정도에 머물 뿐이다.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튜링 철학의 핵심을 짧은 분량으로 집필한 것이다. 실제 앨런 튜닝의 전기는 다른 제목으로 같은 저자가 이미 내놓았다.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이다. 실제 영화의 원작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이 책이다. 표지와 소개 글에 완전히 속았다.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내용이 간략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고 아주 조금 더 일뿐이지만.

 

만약 독자가 수학과 컴퓨터에 관심이 많고, 지식도 어느 정도 쌓았다면 이 책은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은 제외하고. 하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하나의 철학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의 철학을 다른 철학자와 대립, 논쟁, 발전의 방식으로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튜링 철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한 후 논쟁거리를 하나씩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배우는 기쁨이 가득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용어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다 보니 더 힘들다. 파편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난해하다. 튜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저자의 아주 두꺼운 전기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을 읽는 것이 더 쉽고 빠를 듯하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어렵고 가장 큰 착각을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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