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개를 싫어하지 않지만 집안에서 키운 적이 딱 한 번 있다. 어머니가 치와와를 며칠 동안 키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외는 항상 밖에서 키웠다. 진돗개, 풍산개, 잡종개 등 다양했다. 몇 마리는 가출을 했고, 몇 마리는 병으로 죽었다. 지금도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어느 한동안을 제외하면 고향집에는 늘 개가 있었다. 한 번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아서 그 귀여운 강아지들이 집안을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본 적도 있다. 그때의 귀여움이란 정말!!! 반려동물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늘 이 기억들이 먼저 불쑥 튀어 오른다.

 

플럼은 후셀 종이고 잭러셀과 푸들이 섞인 휘핏의 잡종이다. 이 문장 속에 나온 품종 중 내가 아는 것은 푸들 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모습일까 걱정할 필요 없다. 작가는 그림으로 플럼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당히 귀엽게 생긴 개다. 이 책은 작가가 블로그에 1년 동안 플럼의 이름으로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낸 것이다. 그 시작은 1월 1일이고, 끝은 당연히 12월 31일이다. 실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에마이겠지만 구성 상 플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데 일반적인 만화처럼 컷을 구분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한 컷 속에 하나의 상황을 그려낸 후 플럼을 의인화해서 그 감상을 나타낸 것도 적지 않다. 일반적인 만화의 구성과 완전히 다르다. 일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구성일 텐데 말이다.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말하고 싶은 것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보니 날짜가 들쑥날쑥한다. 처음에는 이 날짜에서 어떤 규칙을 찾아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보통 3~4일 간격이 많다 보니 더 그랬다. 하지만 플럼이 보여주는 다양한 활동과 모험과 친구 관계를 읽다가 놓쳐버렸다. 여기에 작가가 감정이입을 상당히 잘 해서인지 작가의 의견일 줄 빤히 알면서 플럼의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는 부분도 많았다. 플럼이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인 물놀이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들이 목욕을 싫어하고, 물도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의 상식을 깨트리는 행동이었다. 실수로 물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는 작가의 관찰이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은 정말 플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일상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애정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가끔 애견인이나 애묘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는 평가를 뛰어넘어 함께 살고 같이 호흡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이럴 때면 늘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금방 이성이 ‘정신차려!’라고 외쳐 그 마음이 사그라들지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왜인지 모르지만 플럼을 계속 수컷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암컷인 것을 알았을 때 이전까지 보여준 몇 가지 반응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로켓과의 몇몇 장면은 더욱더!

 

간결한 선이지만 등장인물과 개들의 특징을 잘 잡아낸 그림은 수채화로 그렸고 전체적으로 화사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다양한 이벤트가 교차하는데 상당히 재밌다. 수컷으로 착각한 것처럼 처음에는 배경 지역이 뉴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이다. 작가의 직업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보니 일반적인 직장인과 다른 시간대를 나온다. 이것이 이 일상을 낯설게 만들지만 플럼에게는 상당히 좋은 듯하다. 플럼의 행동에서 그 행복이 가끔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몇 장을 아무 곳이나 펼쳐 읽었을 때는 낯설고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분히 첫 장부터 읽으면서 그 낯섦은 반갑고 즐겁고 유쾌한 것으로 바뀌었다.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 플럼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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