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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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통령 시절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는 4대강은 너무 흔한 것이었고, 가장 먼저 문을 연 것은 당연히 자원외교였다. MB 지지자들은 언론을 도배한 이 실적을 자랑스럽게 되풀이하면서 대통령을 잘 뽑았다고 자찬하기 바빴다. 4대강 공사가 한창일 때는 신문에 나온 4대강을 극찬한 교수의 사설을 오려서 놓아두기도 했다. 홍보용으로 만들어 놓은 보나 자전거 도로를 구경하신 분들은 잘 만들어놓았다고 좋아했다. 어떤 분은 이제 비가 많이 와도 물이 범람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 말들 속에는 사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은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었고, 실제 효과는 더없이 많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졸속으로 처리하면서 수많은 법을 무시하고 바꾸기까지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유산에 대한 끔찍한 기록을 담고 있다.

 

MB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은 정말 기본이나 기준이 없었다. 누군가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이렇게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그 빤한 모습에 감탄했다. 분명하게 문제가 눈에 보이는데 이것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이 소문과 사실 속에 엄청난 비리와 비용에 대한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말 뿐이었다. 나중에 감사를 했을 때 혹은 소송이 일어났을 때 분명하게 보여줄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 엄청난 자료가 소각되었고, 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음모론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비리와 비용에 대해 개괄적인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국회 등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읽으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다. 수십, 수백 억이 아닌 최소 수십 조 원을 날려버린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보통의 정신 상태로 견딜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또 반드시 읽어야만 했다.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최근에 많이 나왔던 자원외교에 대한 엄청난 비리와 손실이다. 자원외교 협상은 부풀려서 요란하게 홍보했지만 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찾기 힘들었고, MB 정부가 세일즈 대상을 외국이 아닌 국민으로 정했다고 지적할 때 단순한 대국민 정치 이벤트 이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투자의 이유를 발견한 것이다. 자신들이 정당하게 계약을 맺었다면 국정감사에 계약서를 숨길 필요도 없을 것이고, 100년 뒤에 그 성과를 알 수 있다는 황당한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정당한 절차와 법에 따른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지만 이 과정이 수많은 의문과 비리로 점철된 이상 반드시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정권은 이명박근혜다. 자신들의 비리가 가득한데 과연 밝히려는 의지가 있을까? 지금까지만 봐서는 전혀 없다.

 

자원외교보다 더 문제가 많은 것은 4대강 사업이다. 공사는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지류 문제부터 보의 유지와 유속이 느려지면서 생긴 녹조 문제까지 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낙동강 오염으로 다른 곳에서 식수를 끌어와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니 엄청나다. 이 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턴키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비용을 낭비했으며 이 공사로 얻고 있거나 얻게 될 이익보다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나온 MB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업적들을 홍보하는 낯 두꺼운 행동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대단한 철면피 신공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낯을 들고 다니는 현실은 우리의 수준이기도 해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MB의 무식한 추진력의 하나가 바로 제2 롯데 월드다. 자신의 의견을 반대한다고 공군 참모총장을 바꾸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뭐 이 정도는 역대 정권에서 한두 번 정도는 있었던 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국가 안보와 교환할 정도는 아직까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영부인의 한식 세계화의 금액은 상대적으로 소액이지만 전형적인 홍보성 행사에 비용 낭비임을 보여줄 때 방향보다 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의도로 포장한 영부인 홍보 행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문화재 앞에서 벌어졌던 만찬행사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정말 법이나 규정은 이 부부 앞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가 엄청 자랐다가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되었다. 나의 한계를 넘어간 것이다.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한때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MB니까, MB인데 어쩔 거야,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처럼 좀더 세부적으로 MB의 비용을 파악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문제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현재 정권에서는 더 날카롭게 혹은 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친일이 청산되지 않았지만 기록되었던 것처럼 최소한 기록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청산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MB 정권의 실정에 대한 대담을 담은 글은 개괄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만들었고, 그 한계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더 많이 나오고, 더 많이 읽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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