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요코제키 다이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다. 이 상에 8번을 도전한 끝에 수상했다고 한다. 대단한 의지와 노력이다. 수많은 도전은 이 소설을 상당히 꼼꼼하게 엮는데 많은 도움을 준 듯하다. 작은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과거의 사건을 불러오는 구성인데 상당히 깔끔하게 진행된다. 큰 줄거리 옆에 다른 사연들이 곁가지를 치고, 이것들이 다시 하나로 엮인다. 의문이 생기면 다른 곳에서 그 의문을 풀어준다. 그리고 그곳에 또 다른 사실과 사연이 숨겨져 있다. 이것은 마지막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우연이 너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큰 흐름과 구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느낌이다.

 

초등학교 동창생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후 시즌이라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마키코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아들 마사키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혔다는 전화다. 그 전화를 건 것은 점장 사쿠마 히데유키다. 지역 유지인 사쿠마 집안의 장남이자 문제아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엄마는 바로 달려간다. 히데유키가 요구하는 것은 훔치는 장면이 찍힌 테이프와 현금 30만 엔의 교환이다. 좋은 사립학교를 다녀서 다른 문제가 없다면 대학까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데 이것이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전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돈을 들고 찾아가지만 그가 요구하는 것은 돈 만이 아니다. 마키코의 몸이다. 더 큰 돈을 마련해서 다시 남편 게스케가 찾아간다. 그곳에 있는 것은 히데유키의 시체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마키코의 시선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후 동창생 준이치가 등장한다. 그는 형사다. 그런데 술을 먹으면 같이 동거하는 애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 일이 있은 다음날 비번인 그에게 히데유키 살인사건에 대한 연락이 온다. 이제 어릴 때 이후 자신을 괴롭혀온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첫 번째는 희생자의 동생이자 동창생이 나오토이고, 조사에 의해 의문을 품게 된 마키코 등이다. 그러다가 나온 탄흔 정보는 네 명의 동창생으로 하여금 23년 전 함께 묻었던 타임캡슐 앞에 모이게 한다. 왜냐고? 히데유키의 몸에서 발견된 총알이 바로 그때 묻었던 총에서 발사된 총알이기 때문이다. 이제 누가 죽였는가 하는 의문과 더불어 누가 타임캡슐을 열었는가 하는 의문도 같이 생긴다.

 

마키코, 게스케, 준이치, 나오토. 이 네 명은 초등학교 동창생이었고, 게스케의 아버지 밑에서 검도를 같이 배웠다. 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강한 유대를 맺게 만들어준 사건이 있다. 바로 게스케의 아버지가 23년 전 은행 강도 손에 죽었던 사건이다. 이때 나오토와 준이치가 게스케의 아버지 시체를 발견했다. 같은 곳에 은행 강도의 시체도 있었다. 준이치는 이때 경찰의 총을 훔쳐 타임캡슐 속으로 넣었다. 그런데 이 총이 이번 살인사건에 이용된 것이다. 준이치는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형사들에게 숨긴다. 그러나 이 사건에 유난히 집중하는 형사가 있다. 바로 준이치와 동행한 현경 수사1과 나라 형사다. 그는 이 동창생들의 비밀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역할은 한다.

 

잔혹한 살인사건도 없고, 과장된 명탐정도 없다. 친구들은 서로 비밀을 입 닫고 있고, 형사들은 탐문수사로 한 발 한 발 사건의 범인에게 다가간다. 물론 그 과정에 착오도 있다. 그 착오 중 하나는 나오토다. 나오토의 이야기 속에는 단순해 보였던 이 사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사연이 있다. 첫사랑이다. 단순한 첫사랑의 아픔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사건을 보면서 가진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렇게 이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이야기로 단서와 사연을 제공한다. 만약 이것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면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었을 텐데 적당한 분량에서 잘 끊어주었다. 화려한 연출을 부리지 않고 견실하게 이야기를 만들어간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