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몰락 - 이재용(JY) 시대를 생각한다
심정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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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성이 보여주는 행동들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잠시 나온 하청업체의 이익을 낮춰 자신들의 이익을 만든 것과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과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고 편법 상속을 한 것 등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제 삼성은 한국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성장했다. 주가나 이익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그리고 이 경제 효과를 바탕으로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여론 조작을 끊임없이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이건희 이후의 삼성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이건희에 대한 평가는 많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병철의 후광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그 중요한 이유다. 나도 한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른 재벌의 2세들을 생각하면 단순히 이병철의 유산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건희 회장의 엄청난 판단 착오에 대한 사례도 많다. 그 중 하나가 퀄컴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자동차다. 휴대폰 시장을 생각하면 퀄컴을 인수하지 않은 것은 최대의 실수다. 경영학과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럼 삼성자동차는 어떨까?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의견을 펼친다. 삼성에 대해 상당히 냉정하고 비판적인 글을 써다가도 삼성자동차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왜 이렇게 흥분할까? 그것은 저자가 삼성자동차에 경력직으로 입사해서 열심히 일했던 적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포기를 정권의 압력도 아니고 처음부터 잘못 기획된 사업 경쟁력 저화와 이학수 그룹 비서실장의 협박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때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고 삼성전자에 집중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을 인정하지만 대만 폭스콘 이야기에서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계속 유지해왔다면 오늘날 전자와 자동차가 결합하는 글로벌 흐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21쪽)란 주장을 펼친다. 이 당시 만약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망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얼마 전 삼성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이건희와 삼성의 패소(6000억 배상)가 최종 결정된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삼성을 굉장히 우호적으로 본다.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삼성 홍보팀의 시각이 이 책 곳곳에 나온다. 성균관대학과 함께 엮어 공기업적 마인드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 쇄신과 절세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물론 성대가 삼성을 재단으로 두면서 위상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나 70년대 성대 땅을 팔아먹은 후 퇴출당한 적이 있다는 소문을 생각하면 결코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 또 재단의 힘으로 학자들을 언론 이미지 작업에 동원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이것은 저자도 삼성이 여론 조성 작업의 사전적 조치로는 논리 개발이 필수적이고, 교수들을 용역이나 세미나와 초청 강사로 초대해 필진으로 활용한다고 말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제목에서도 알려주듯이 가장 냉철하고 비판적인 부분은 역시 이재용의 후계 승계를 둘러싼 분석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나오는 수많은 기사 인용과 저자의 분석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의 이전 사업들이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건희 회장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재산 증여 과정에서 비롯한 편법 및 불법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이부진의 사업 성공은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삼성SDS 상장을 분석한 글은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란 것을 잘 설명한다. 또 이건희 회장이 식물인간일 경우라고 하면서 이후에 벌어질 상황들을 가정하는데 이 상황이 오래되어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마도 올해 중 정식 사망 보도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삼성자동차 관련 글만 제외하면 이 책에 실린 분석들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다. 가끔 최태원 SK회장의 딸이 해군장교 입대한 것을 두고 “딸을 보아 최 회장 그만 풀어주라”라는 댓글을 달았다는 황당한 글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면 그가 어떤 입장에서 이 글을 썼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여론 조성 작업(정확하게 표현하면 여론 조작)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글을 보면서 분명한 한계도 느꼈다. 그렇지만 삼성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공했는지, 그 과정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알려줄 때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잘 몰랐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망하길 바라지 않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노키아가 힘을 잃은 필란드가 어떤 길을 걸었는지 보았을 때 결코 한국 경제가 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이번에 가졌다. 왜냐고? 삼성의 수많은 인재들이 보여준 저력이 다른 업체나 다른 인재들에 의해 다시 발휘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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