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
앙투안 콩파뇽 지음, 장소미 옮김 / 책세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몽테뉴와 함께 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만약 이 부제가 없었다면 소설로 착각했을 것이다. 몽테뉴하면 자동적으로 <수상록>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이 둘을 같이 암기한 덕분이다. 그리고 대학 때 이 책을 한 번 읽었다. 정말, 단지 읽었을 뿐이다. 그 당시 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흔한 번역 탓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매번 5분 정도 분량으로 라디오 방송한 것을 책으로 내었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이다. 혹시 그때 몰랐던 <수상록>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마흔 개의 소재를 다루었다. 중복되는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몽테뉴의 글을 인용하고 그것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단순히 해석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와 그 글에 관련된 배경 지식도 같이 알려준다. 그래서 각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많은 분량이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내가 몽테뉴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수상록>을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든다. 고향집 어딘가에 있을 옛날의 그 책 말이다. 아니면 다시 한 권을 사던가.

 

첫 글이 ‘참여’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서재 속에 은둔한 한가한 사람으로 묘사했던 그를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인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다른 이야기 속에서 그가 정치와 종교 등에서 어떤 생각을 가졌고, 행동을 했는지 알려주는 시작점이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조금 평이한 부분도 있지만 그 시대를 감안하면 상당히 진보적인 대목도 곳곳에서 보인다. 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은 개인적으로 나의 철학이나 생각과도 비슷하다. 비록 나 자신이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리고 몽테뉴의 아버지가 라틴어를 가르치기 위해 어떤 교육을 했는지 보여줄 때 환경의 중요성을 배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불어로 글을 쓴 것이 그 당시에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시대 지식인들 대부분이 라틴어로 글을 썼다는 사실에 비추어서 더욱 더.

 

종교 부분에서 그의 종교관이 나오지만 그의 종교에 대한 명확한 글은 없다. 이 책의 출간을 위해 교황청에 다녀왔다는 사실에 비추면 놀랄 일이다. 여행을 찬미했는데 침대에서 죽기보다 말 위에서 죽고 싶어했다는 글을 읽을 때는 몽고족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이 둘은 다른 의미다. 개인적으로 여행에 대한 그의 단상들은 현대에서도 유효하다. 의사를 불신한 그의 신념은 신장결석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이어지고, 불과 20세기 초까지 방혈로 병을 고치려고 한 의사들이 많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왜 그가 의사를 믿지 않았는지 이해되었다. 저자도 이 글에 수긍하면서 현대 의학은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살짝 삐딱해진 마음이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일부에서 마케팅과 결합한 의학이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곱씹으면서 몰입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전에 읽을 때는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 사실 저자의 해석이 없었다면 놓쳤을 내용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몽테뉴의 자유발랄하고 틀이 고정되지 않는 사상과 글을 감안할 때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몽테뉴 자체의 모순도 저자는 곳곳에서 집어낸다. 우정, 사랑보다 책을 더 높게 여긴 것은 역시 노년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가 20~30대에 이 글을 썼다면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수상록>은 한 번만 쓴 글이 아니다. 몇 차례의 내용 확장과 수정이 있었다. 판본의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뒷이야기는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방대한 몽테뉴의 사유를 단번에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는 아직 나의 내공도 노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조그만 시작은 했다. 다시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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