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볍고 경쾌하다. 스미레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인디 레코드 회사 스마일 뮤직의 사장이 바로 스미레다. 스미레란 이름은 smile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아버지가 지었다. 영화로 표기하면 같은 글자다. ‘DEEP SEA'라는 인디밴드에 빠져 거대 음반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만들었다. 직원이라고는 DEEP SEA의 멤버 3명이 전부다. 혼자서 이 밴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한다. 이 소설의 시작도 바로 이런 피로가 쌓인 그녀가 쓰러져 있다가 깨는 장면부터다. 그것도 연인인 료를 만나러 가는 길에.

 

길에 쓰러진 그녀의 외양이 결코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미소가 있다. 스마일. 이것은 그녀 최고의 무기다. 남자 친구를 만나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소속 가수 후유미가 도움을 애절하게 요청한다. 택시를 타고 빨리 달려간다. 그런데 늘 있는 듯한 연인들의 다툼이라고 한다. 같은 밴드이자 남자 친구의 폭력이 원인이지만 그냥 덮어둔다. 왠지 불안하다. 이 불안은 예상한 것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바로 그녀가 키운 DEEP SEA가 그녀의 이전 회사로 소속사를 바꾼 것이다. 마지막 라이브를 엉망으로 한 후 바로 통보를 받았다.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탓에 그녀가 처음으로 키운 밴드가 떠나간 것이다.

 

바쁜 일은 이어진다고 했던가. 료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이별을 통보하는 것 같다. 그녀 자신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 문자를 본 친구마저 동의할 정도다. 두 번의 이별이 그녀를 지치게 한다. 이것을 조금 덜어내기 위해 부모님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간의 짧은 여행이지만 가족의 따스함과 부모님의 사랑과 풋풋한 이야기들이 그녀를 치유한다. 그리고 연락이 하나 온다. 하루토다. 그는 이전에 아이돌밴드로 데뷔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력이 있다. 이혼을 한 후 밋치라는 딸과 함께 산다. 그의 공연을 아주 인상적으로 본 그녀가 그를 두 번째 소속 가수를 받아들인다. 여기부터 스미레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미레의 모토는 자신이 웃으면 남이 즐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녀의 아버지가 이름을 지을 때는 다른 사람이 웃게 하자는 의미가 더 강했다. 이제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녀 레코드 회사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웃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 하루토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녀는 잘 모르지만 그녀의 프로듀싱 실력은 이미 이쪽 업계에 소문이 짝 퍼져있다. DEEP SEA도 그렇게 성공했고, 이전에도 몇몇 가수가 오리콘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루토도 이런 그녀의 실력을 알기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물론 실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스미레의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경쾌하고 빠르게 풀어내었다. 속도감 있게 읽힌다. 내면의 고민을 파고들어 어둡게 만들기보다 스마일을 내세워 무거움을 걷어냈다. 각각의 사연을 길게 표현하지 않고 간략하게 알려주면서 성공과 행복으로 한발씩 나아간다. 자기 소속 가수의 성공을 위해 어떤 때는 무릎까지 꿇고 빈다. 현실은 쉽지 않다. 하루토가 무너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우고, 최고의 공연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 확신과 열정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 쉽게 된다. 처음 읽은 작가인데 무거운 소설들에 짓눌렸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점점 미소가 사라지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 살짝 부끄러워진다. 더 열심히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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