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 - 배영옥 여행 산문집
배영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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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계획하고 갔다가 2개월을 더 연장하고 산 쿠바 이야기다. 그런데 저자는 쿠바에서 돌아온 후 쿠바에 대한 어떤 것도 떠올리기 싫었다고 한다. 덕분에 머문 시기와 책이 나온 시점에 큰 차이가 있다. 쿠바에 머문 기간이 2011년 11월부터 2012년 7월까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이 얼마나 늦게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에필로그에 따르면 쿠바와 지독한 연애를 한 후유증을 겪은 듯하다. 사랑은 독하고 힘들었다고 하는데 사실 글 속에서 그 느낌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감정이 최대한 절제되어 있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감상이 가득한 글이라 더 그렇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쿠바의 모습은 이전에 본 책들과 다른 모습이 많다.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여행자고, 그녀는 거주자였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글 곳곳에 드러날 때 쿠바라는 환상에 덧씌워져 있는 이미지들이 하나씩 깨지기 시작한다. 덧붙여 설명하면 ‘쿠바는 여행자 각자 원하는 모습을 개인에게 맞춰서 보여주는데 탁월’한 곳이다. 저자 자신도 여행자지만 오랜 시간 머물면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쿠바의 현실을 만났고, 이 현실을 무조건 외면하고 싶어 했다. 여행자의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쿠바와 쿠바 사람들은 지금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쿠바와 연애를 하고 왔다.

 

이 책에 나오는 쿠바는 여행자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다. 물론 그런 곳도 나온다. 하지만 그곳에서 몇 개월을 살게 되면 단순히 여행자로 머물 때 몰랐거나 잠시 불편했던 것이 아닌 실제 삶의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사회주의 국가가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이미지 뒤에 숨겨놓은 민낯을 만나게 된다. 단순한 물자 부족의 문제뿐만 아니라 빈부격차를 비롯한 사회 구조의 문제들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서 어느 순간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읽고 듣고 한 쿠바와 너무 달라 그들이 거짓말한 것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쿠바다. 쿠바에 대한 환상이 덧씌워져 있다고 해도.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역시 물자부족과 그 때문에 생긴 긴 줄이나 그것을 찾기 위한 방황이다. 의료와 교육이 완전 무료고, 하루에 빵 하나가 공짜로 지급되어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것일 뿐이다. 휴대폰을 개통해도 충전용 전화 카드 사기가 쉽지 않다. 파는 곳을 운 좋게 발견해도 긴 줄을 서야 한다. ‘잠깐 동안의 편리함을 얻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쿠바’라는 감상이 나온다. 이것은 다른 물건을 사는 것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항시적 물자 부족은 사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와 체 게바라는 생일이 같다. 다른 공통점이라면 둘 다 쿠바 태생이 아니라는 것 정도. 그 유명한 체 게바라가 아바나를 뒤덮고 있지만 가장 많은 동상은 자유의 시인이자 혁명가이자 사상가인 호세 마르티다. 조금은 낯선 정보다.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의 이중화폐 제도나 이 때문에 생긴 부의 불균형이나 자신의 부를 감추기 위한 모습들이 흘러나온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자본주의의 흔적과 영향은 이미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런 모습들 사이에 쿠바인들의 삶이 밖으로 표현된다. 인종차별이 없을 것 같은 이곳도 백인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의외의 모습이다.

 

물자부족과 결핍 등에서 비롯한 에피소드가 불편하다면 쿠바 남자와 여자들의 이야기는 한두 번 정도 들은 적이 있지만 여전히 재밌다. 우리의 가치관으로 그들을 평가하면 문제가 많을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자 삶이다. 쿠바 여자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쿠바 남자뿐이다(그 반대도)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들의 삶은 우리와 다르다. 제목인 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는 것도 바로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 열정적인 혹은 습관적인 그들의 도발과 대쉬는 짧은 여행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영화 장소를 현지에서 직접 본 후 나온 감상은 조금 충격적이다.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특히. 한때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노래가 일본에서 히트한 것도 바로 이런 향수 때문이란 글이 떠오른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음식을 이야기할 때 향신료나 소스의 부족이 잠시 머물다가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쿠바인들은 혀가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니. 그리고 한국 제품들이 상당히 많은 것에 놀란다. TV나 에어컨이나 자동차나 버스뿐만 아니라 인조손톱까지 다양하다. 이것을 중계무역으로 수입했다고 한다. 실제 이것들을 현지에서 보게 되면 조금은 다른 감정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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