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낯선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작년에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이만큼 가까이>의 작가다. <이만큼 가까이>를 예상보다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작품도 그렇다.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삼남매의 각각 다른 이상한 초능력과 그들의 활약이 처음 예상한 것과 너무 다르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공감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초능력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도 없다. 추정하면 삼남매가 먹은 색깔이 미묘한 바지락 칼국수 정도랄까. 이것도 나중에 재인이 택배를 보낸 장소에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식당을 보고 유추한 것에 불과하다. 나중에 이 삼남매가 각각 다른 이유를 상상한다.

 

재인, 재욱, 재훈은 이 삼남매의 나이순이다. 가장 나이 많은 재인은 첫째 딸이고, 재욱은 둘째, 재훈은 나이차가 좀 있는 막내다. 위의 둘이 직장인이라면 재훈은 고등학생이다. 재인이 대전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다면 재욱은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 일한다. 재훈은 엄마가 신청한 교환학생에 당첨되어 조지아 주의 농장으로 간다. 각각 다른 나라와 환경 속에서 우연히 얻게 된 초능력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구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온 소포 속에 메시지가 있다. 재인에게 온 메세지는 SAVE 1, 재욱은 SAVE 2, 재훈은 SAVE 3이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지만 작가는 중간에 그 의미를 밝힌다.

 

초능력이라고 하지만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강화된 손톱이거나 문제가 있는 곳의 빨강 색으로 문제의 정도를 구분하거나 엘리베이터를 쉽게 타는 것 정도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염동력이나 독심술이나 빠르게 달리거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등의 초능력과 전혀 관계없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들의 초능력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정확하게 맞는 능력이다. 왠지 미래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그들에게 맞게 능력을 배분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소포와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 누구를 어떻게 구하라는 것일까? 이 의문의 답은 그 결과만 놓고 보면 약간 평범해 보이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그 당사자들에게는 더욱더.

 

나이 차가 있는 삼남매는 아버지의 바람기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의 폭언을 견디면서 살아야했다. 이것은 실제 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언이나 고성을 쉽게 넘어가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엄마가 이 삼남매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삼남매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떤 집이나 늘 있는 부모 자식 사이의 소소한 갈등과 다툼이 있을 뿐이다. 작가는 여기에 포인트를 맞추지 않고 삼남매의 삶을 간결하게 그려낼 뿐이다.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일상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말이다.

 

뭔가 의미를 찾자고 하면 못 찾을 것도 없다. 그들이 구한 사람이 그들 자신을 구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단지 그 누군가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때도 있다. 이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간결하게 말해진다. 작가는 이 모든 상황이나 설정을 간결하게 빠르게 풀어낸다. 분량이 많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몇몇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이 나오지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후기를 보면 친구들의 직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또 다른 활약을 하는 시리즈가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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